쿠팡은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근로환경 개선, 잇따른 노동자 사망 사고에 상설특검 대상이 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이미 산적해 있었다. 이런 가운데 보안 사고까지 덮치며 쿠팡의 ‘시스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몇 년간 초고속 성장을 하며 유통업계 공룡이 되는 사이 정작 운영상 내실은 제대로 다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은 매출 기준 연간 20%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20년 13조9235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쿠팡은 지난해 41조2901억원의 매출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1~3분기 매출만 36조3094억원으로 현재 성장률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연간 매출 50조원의 고지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런 성장세에도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쿠팡의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Inc는 전 거래일 대비 5.36% 내린 26.65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7% 이상 낙폭이 커지기도 했다. 낙폭은 지난달 5일(5.94%)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컸다. 시장에서 냉정한 반응이 나온 셈이다.
쿠팡이 역대 최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도 적잖다. 개인정보보호법 64조에 따르면 쿠팡이 법을 위반했다는 점이 확실해질 경우 연 매출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쿠팡에 부과될 수 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이 41조원이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과징금 규모는 최대 1조2000억원대 정도로 추정된다. SK텔레콤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부과받은 과징금(1347억9000만원)의 약 9배에 달한다. 이번 사태를 차치하고도 최근 쿠팡을 둘러싼 논란은 한둘이 아니다. 쿠팡은 ‘퇴직금 불기소 외압 수사 의혹’으로 상설특검 대상이 됐다. 과거 검찰 지휘부가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현직 검사의 주장이 나오면서 문제가 제기됐다.
쿠팡 계열사에서는 연이어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 남부 지역 쿠팡 물류센터에서만 해도 근무 도중 사망한 노동자가 최소 5명으로 집계됐다. 새벽배송을 하던 택배기사가 사망하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매년 쿠팡에서 발생하는 노동자 사망 사고를 고리로 민주노총은 ‘새벽배송 제한’ 카드를 꺼내 들어 쿠팡을 압박하는 중이다. 쿠팡을 향한 비판 여론도 거세다. 그러나 쿠팡은 자사를 둘러싼 사망 사고와 여러 의혹에 대해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책임 소재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만큼 수사나 조사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성장제일주의를 추구하는 쿠팡의 기업 문화가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직원들이 눈에 보이는 외형적 성장에 치중하면서 기본적인 체계 구축과 점검은 뒷전이었다는 것이다. 쿠팡 퇴직자들 사이에서는 “내부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한 탓에 부서 간 업무 협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이 10년 만에 연간 매출액 40조원이 넘는 기업이 되다 보니 규모에 걸맞지 않은 엉성한 소프트웨어가 구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직원들의 전반적인 보안 인식과 윤리 수준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해야 할 일은 차근차근 내부 시스템과 의사 결정 과정을 재정비하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박성영 신주은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