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타다’ 논란에… ‘닥터나우 방지법’ 일단 스톱

입력 2025-12-03 00:21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결국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제2의 타다금지법’이라는 스타트업계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며 정치권이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표결은 피했지만 규제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2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은 약국 중개 플랫폼 사업자가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플랫폼 중 도매업을 운영하는 곳이 닥터나우 뿐이어서 ‘닥터나우 방지법’이라고도 불린다. 법안이 시행되면 합법적으로 도매상을 운영해온 플랫폼은 해당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논란은 ‘도매업 금지’가 가져올 영향에서 비롯됐다. 비대면 진료는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부분의 약국은 인근 병·의원이 자주 처방하는 약만 보유해 약을 찾기 어려운 문제가 반복돼왔다. 닥터나우는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도매업 허가를 취득하고 재고 확인 서비스를 도입했다. 직접 공급해 실시간 재고 확인이 가능한 경우 ‘재고 확실’, 약국이 자발적으로 재고를 입력하거나 조제 이력이 있는 경우엔 ‘조제가능성 높음·있음’ 등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비대면 진료의 편의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입 후 약 1년간 110만명이 이 기능을 이용했다.

그러나 김 의원과 대한약사회 등은 플랫폼의 도매업 겸영이 불법 리베이트, 약국 우선 노출, 대체 조제 유도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안 제안 이유엔 의약품 판매 질서 교란을 우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한약사회도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과 오남용 방지 등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입법을 촉구했다.

반면 닥터나우는 “약국 노출 방식을 지도 기반으로 재편하고 자사 도매를 이용하지 않는 약국도 수기 입력만으로 조제 가능 여부를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닥터나우의 도매업 방식이 불공정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을 들어 “정부 판단을 신뢰하고 사업을 확장해 왔는데, 뒤늦게 법으로 금지하려는 것은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도 주장했다.

부처 간 시각도 엇갈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국회에 “벤처 스타트업의 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현행 불공정거래 처벌로도 규율이 가능하며 영업의 자유 침해 우려가 있어 원천 금지보다는 사후 제재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복지부는 독점력과 파급력이 큰 플랫폼이 공공재인 의약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스타트업계는 규제가 특정 기업을 넘어 신산업 전반의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한다. 벤처기업협회는 “‘혁신’에 대한 규제의 피해는 결국 국민과 환자에 전가될 것”이라며 “타다, 로톡, 삼쩜삼 등 매번 관련 직역단체의 반대로 대한민국에서만 불법으로 낙인찍는 사회에서 청년들에게 창업에 도전하라는 것은 지독한 시대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