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한 tvN 드라마 ‘태풍상사’가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모두가 살기 팍팍했던 고난의 시절을 불러내 시청자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최종회는 시청률 10.3%(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며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드라마는 IMF 시작과 함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무역회사 태풍상사를 물려받게 된 초보 사장 강태풍(이준호)이 회사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업무와 사회생활에 서툰 그는 갖은 고난과 역경을 맞닥뜨리지만 오미선(김민하) 등 동료들과의 연대를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간다. 16부작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에 배우 이준호(35)와 김민하(30)가 있다.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2일 만난 이준호는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며 “1년여간 촬영하는 내내 애정을 갖고 공들인 작품이라 여운이 많이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사는 건 늘 힘들잖나. 당시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IMF를 이겨냈는지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 시절을 살아온 이들과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연결고리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1990년대를 재현하기 위해 의상·헤어 등 외적인 부분도 신경을 썼다. 이준호는 “그 시절 유행한 스타일을 많이 찾아봤다. 특히 혼성그룹 쿨의 이재훈, 드라마 속 김민종의 스타일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90년생인 그는 “IMF를 직접 겪진 않았지만, 어린 시절 맞벌이하시던 부모님이 생계를 꾸리느라 고생하시던 기억은 난다”고 회상했다.
그는 90년대를 ‘낭만’이라는 단어로 기억했다. 그는 “일로 바쁜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 더 애틋했다. 어머니와 포스트잇으로 편지를 주고받곤 했다”며 “그 시절의 정과 사랑을 요즘은 느끼기 어려운 것 같다. ‘태풍상사’가 그런 낭만을 되살려줬다. 가족의 소중함도 더 생각하게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극 중 태풍의 든든한 버팀목은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미선이다. 이준호는 “신기할 정도로 김민하와 호흡이 잘 맞았다”며 “로맨스 장면은 후반부에 촬영했는데 이미 친해진 상태라 어색함 없이 촬영했다”고 전했다.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 태풍을 연기하며 그는 “힘들 때 같이 이겨낼 사람이 있다면 몇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룹 투피엠(2PM) 멤버로 데뷔한 이준호는 영화 ‘감시자들’(2013)을 시작으로 연기 활동에 매진했다. 군 제대 이후 ‘옷소매 붉은 끝동’(MBC·2021) ‘킹더랜드’(JTBC·2023) ‘태풍상사’로 삼연타 성공을 거두며 배우로서 인정받았다. 그는 “가능하다면 평생 (흥행) 연타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쉬지 않고 활동을 이어간다. 오는 26일 넷플릭스 시리즈 ‘캐셔로’를 선보이고,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3’ 출연도 검토 중이다. 그는 “곧바로 촬영에 들어갈 작품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즐거움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게 된다”며 “훗날 ‘믿고 보는 배우이자 믿고 듣는 가수’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하는 자신이 연기한 미선에 대한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그는 “K장녀인 미선은 가족을 위해 대학 진학의 꿈마저 포기한다. 주어진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살아내는 모습이 듬직하고 대단했다”며 “목표를 향해 경주마처럼 달려가는 성격은 나와 비슷하지만, 성실함에서는 미선이 한 수 위”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 작품은 여럿 선보였으나 TV 드라마 주연은 처음이다. 그는 “시청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신기했다. 방송 다음 날 시청률이 (성적표처럼) 숫자로 딱 나와 심장이 떨렸다”며 “매주 다음 회를 기다리는 게 드라마의 묘미구나 싶었다. 많은 걸 배웠다”고 돌이켰다.
2016년 데뷔한 김민하는 2022년 애플TV+ 드라마 ‘파친코’를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극 중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갖은 차별과 핍박을 받으며 고된 삶을 살아낸 선자를 연기해 호평받았다. 꾸밈없이 수수한 그의 얼굴이 인물에게 현실성을 부여했다.
김민하는 “인물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파친코’나 ‘태풍상사’처럼 위기를 이겨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때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며 “역사물부터 판타지까지 해보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다.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