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높아진 K-팝 ‘저탄소 콘서트’ 노력은 부족”

입력 2025-12-03 01:24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일 열린 ‘케이팝 저탄소 콘서트 표준화를 위한 공연·행사 가이드라인 수립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대형 월드투어 한 번이 배출하는 탄소는 항공편 수백 편에 맞먹는다. 이에 빌리 아일리시 등 해외 팝스타들이 공연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실험을 이어가는 사이, 세계적 위상을 갖춘 케이팝은 아직 체계적인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한 ‘공백’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 격차를 점검하고 케이팝 공연의 탈탄소 전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일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행사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기후행동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이 공동 주관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저탄소 투어’가 새로운 공연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는 대표적 사례다. 그는 2022년부터 환경단체 리버브(REVERB)와 협력해 재생에너지 사용과 투어 동선 최적화를 적용하고, 공연장에 환경 캠페인 부스와 생수 리필 스테이션을 설치해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2022년 한 해에만 탄소 1만5000t을 상쇄하고 플라스틱 생수병 11만7000개를 줄였다.

반면 국내 콘서트 산업은 법적 기준 부재 등으로 탄소배출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케이팝포플래닛이 HYBE·YG·SM·JYP 등 4대 엔터테인먼트사의 ESG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배출량을 측정한 곳은 YG와 SM 두 곳뿐이었으며 이들 역시 구체적인 감축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선영 시민자치문화센터 기획팀장은 “문화예술 분야에는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법적 근거가 없고, 일부 지자체 조례도 권고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한계를 해결하려면 기획부터 에너지, 장비, 관객 이동, 굿즈까지 전 과정의 변화를 포함하는 ‘저탄소 콘서트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김나연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는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저탄소 콘서트 공연 가이드라인과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공연장 대관 과정과 신규 공연장 설치에는 저탄소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며 “운영사는 전기차 셔틀 운영이나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자에 대한 리워드 제공 등을 통해 관객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실천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탄소배출량 모니터링·보고 기준 의무화, 친환경 전력 시스템 보조금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전력 솔루션 기업 이온어스의 허은 대표는 “디젤 발전기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면 탄소 배출을 약 73% 줄일 수 있다”며 “임대업체 등 실제 도입 주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제도 정비와 산업 전반의 인식 개선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케이팝의 글로벌 영향력을 고려하면 변화가 시작될 경우 전 세계 공연 산업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커트 랭이어 음악지속가능성협회(MSA) 이사는 “연간 약 200억 달러 규모의 공연 산업을 가진 케이팝은 저탄소 공연 방식을 전 세계로 확산시킬 중요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