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불러온 쿠팡의 창업자이자 실소유주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청문회 개최를 압박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첫 질의에 나선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300만개 계정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국내 사상 초유의 유출 사고가 아닌가 싶다”며 “김 의장이 직접 사과할 의향은 없느냐. 그분은 항상 뒤에 숨어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2021년 쿠팡 한국법인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 사업과의 연결고리를 사실상 끊고 법적 책임 선상에서 철저히 빠져 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도 김 의장을 겨냥해 “사과 한마디 없다. 경영을 책임진 박대준 쿠팡 대표가 나가서 총알받이하고, 샌드백 좀 하고 오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쿠팡은 괴도 루팡이 된 지 오래”라며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에서 돈 벌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했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김 의장 사과와 개선방안 마련을 요구하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 당국이 고발하고, 프랑스가 텔레그램 CEO(최고경영자)를 체포했듯이 체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사고는) 한국법인에서 벌어진 일이고, 제 책임하에 있다”며 김 의장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그는 김 의장의 소재를 묻는 의원들에게도 “물리적인 위치는 모른다”고 답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박 대표의 답변 태도, 쿠팡의 부실한 자료 제출 등을 문제 삼으며 “이런 식으로 하면 여야 간사 합의로 청문회 날짜를 잡고, 실질 소유자인 김 의장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은 올해 6월 24일부터 11월 8일까지 약 5달간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용의자로 지목된 중국 국적 전 쿠팡 직원은 인증 시스템을 개발하는 정규직 개발자로 지난해 12월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 대표는 피의자 규모에 대해 “단수나 복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대규모 개인유출 사고에 따른 스미싱 등 2차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박 대표는 “아직 공식적으로 접수된 2차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배 부총리는 “국민에게 직접 피해를 주고 금융 불안감을 높이는 일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1조2000억원(쿠팡 매출의 3%) 과징금 부과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유출 등에 해당해 부과 대상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로 재산상 손해 발생시 영업정지도 가능하다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관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