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2만여 가구가 이달 분양한다. 이른바 ‘밀어내기 분양’이다. 연말은 통상 비수기로 여겨지지만 올해는 일련의 이슈가 겹치며 12월 분양이 크게 늘었다. 분양 일정이 내년으로 연기되는 곳들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조기 대선으로 이어진 정국 불안정과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 뒤 잇따라 발표된 부동산 대책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2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 예정 물량(임대 아파트 단지 제외)은 2만444가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만7487가구)보다 17.0% 늘어난 수준이다. 연초부터 불확실성 일정이 밀린 단지들이 막바지 분양에 나섰다. 건설업계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고조됐던 올해 상반기에는 분양 일정을 잡는 데 소극적이었다. 다수의 관심이 정치권으로 쏠린 가운데 분양 일정을 강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만3780가구, 지방이 6664가구가 예상된다. 서울은 강남구 역삼동 역삼센트럴자이가 237가구 중 87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서대문구 연희1구역을 재개발하는 ‘드파인연희’는 959가구 중 322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온다. 경기 지역은 4866가구가 공급된다. 성남 분당구에서 더샵분당센트로(647가구), 용인 수지구에서 수지자이에디시온(480가구), 수원 장안구에서 두산위브더센트럴수원(556가구) 등이 분양된다. 인천은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6557가구를 공급한다. 지방은 부산이 2943가구로 가장 많았고 울산(1623), 경북(1004가구), 세종(641가구) 순이다.
그러나 예정된 물량이 당장 이달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부동산 관망세가 길어지고, 최근 고환율·고분양가·금리 동결 등으로 청약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분양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과 정부 대책 등이 맞물리자 건설사마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이 보인다.
분양을 내년으로 연기하는 곳도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 재건축 단지인 ‘오티에르 반포’는 연내 분양을 내년으로 미뤘다. 영등포구 신길5구역 지역주택조합 사업인 ‘더샵 신풍역’도 지난 10월로 예정됐던 분양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DL이앤씨가 노량진8구역(서울 동작구 대방동 23-61번지 일대)에 공급하는 ‘아크로 리버스카이’도 내년에 청약이 진행된다.
직방 관계자는 “고환율과 자재비 상승으로 분양가 부감이 커지고, 규제와 금융 여건 변화로 청약 진입장벽도 커지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시장 상황을 살피며 분양 시기를 조정하고 있어 변동성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