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發’ 엔 캐리 청산 우려 증폭… 원·달러 환율엔 호재?

입력 2025-12-03 00:18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 유동성 변화를 둘러싼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된 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가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때문이다. 다만 한국으로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엔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에 제동이 걸리는 긍정적인 측면을 기대할 수 있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장은 BOJ가 이달 18~19일 통화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약 80%로 예상한다. 일주일 전에는 약 23%에 불과했다. 우에다 카즈오 BOJ 총재가 지난 1일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금리 인상 여부를) 너무 늦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게 완화 정도를 적절하게 조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달 금리를 인상하면 현 0.50%에서 0.75%로 높아진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은 시장금리에 즉각 반영된다. 1일 일본의 2년물 국채 금리는 1.015%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를 돌파했다.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도 1.865%로 0.06% 포인트 상승했다. 이 역시 17년 만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최소 131조원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인 것도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 시장은 일본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미국 국채와의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축소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스프레드 축소로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도가 낮아지면 청산 행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엔화 가치 상승 폭이 예상보다 더 커지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증폭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작되면 해외로 나갔던 자금이 급격히 회수돼 유동성 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5일 코스피가 8.77% 폭락하는 ‘블랙먼데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였다. 이는 코스피의 산타 랠리를 가로막는 복병이 될 수도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을 빌미로 뉴욕 증시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고 비트코인이 급락하는 등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약화된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달러당 1500원대를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원화와 엔화는 강한 동조화 현상을 보여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달러 환율이 대체로 하락하게 된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