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엄 1년 된 날에도 진영 대결만 보이는 씁쓸한 풍경

입력 2025-12-03 01:10

12·3 계엄 1년이 된 오늘 우리가 마주한 풍경은 계엄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늘 진보 단체는 국회 앞에서 ‘내란 종식 시민대행진’을 연다. 이재명 대통령도 참석한다. 반면 보수 단체는 그 인근에서 이 대통령 퇴진 촉구 행사를 개최한다. 다른 단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위한 ‘윤 어게인’ 집회를 한다. 망상과 무모함으로 빚어진 계엄 사태와 그로 인해 탄핵된 전직 대통령과 새 대통령을 제각각 옹호하거나 거부하는 행사가 열리는 것이다. 계엄 1년이지만 우리 사회가 여전히 포용이 아닌 배척, 통합이 아닌 분열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두 장면이다.

계엄은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었고, 선포할 어떤 명분이나 정당성도 없었다. 그럼에도 우파 진영 일각에선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가 하면, 국민의힘에서도 ‘윤 어게인’ 세력을 품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들이 그러지 않고 대다수 국민처럼 계엄에 분노하고, 민주주의 회복 노력에 동참했더라면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또 계엄 이전 의회 독주로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의 반발을 샀던 현 여권이 계엄 이후에라도 상대방을 품고, 협치의 손길을 내밀었다면 지금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여권이 조금만 달라졌어도 야당이 지금처럼 거리로 나서 취임 6개월 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할까.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여야도 진보도 보수도 지독하게 정도(正道)가 아닌 샛길로만 빠졌다. 제도적 민주주의는 지켰을지 모르나 국민은 더 갈라졌고 정치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양쪽 다 반성해 달라져야 했지만 그러기는커녕 적대를 지속하며 분열로만 치달았다. 계엄 1년을 맞아 더 나아진 민주주의, 더 통합된 사회, 더 생산적 정치를 이뤘다고 말하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여야도, 보수와 진보도 이런 현실을 자초한 스스로를 돌아보고 이제라도 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년 이맘때는 서로를 할퀸 생채기가 회복 불가할 지경에 이르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