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빌리지·친절 미션·챌린지… “아기 예수 기다려요”

입력 2025-12-03 03:01
백화점의 화려한 미디어파사드와 루돌프 사슴코 등 성탄과 관계없는 이미지들이 연말을 장식하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예수 탄생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크리스마스 빌리지부터 MZ세대를 겨냥한 숏폼 챌린지까지 진정한 성탄의 의미를 알리는 새로운 시도들이 주목받고 있다.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방문한 가족들이 지난달 31일 제주성안교회에서 벽면 그림에 색칠하고 있다. 제주성안교회 제공

제주성안교회(류정길 목사)는 다음 달 3일까지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개최한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 등으로 성도는 물론 제주 주민과 관광객에게 예수 탄생의 즐거움을 누리게 할 예정이다. 성탄절 비누와 양말목 키링 만들기, 뮤지컬 인형극 댄스 등 눈길을 끌 만한 행사들이 준비됐고 크리스마스마켓에서는 다양한 수공예품과 먹거리 등도 판매된다.

교회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준비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젝트를 확대했다. 또 지난해 대부분 프로그램이 교회 앞마당에서 진행된 것과 달리 올해는 예배당 내부나 부속실에서 열려 주민들이 교회에 한 걸음 더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임대순 부목사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에도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통해 교회에 처음 와봤다는 주민이 많았다”면서 “문화를 활용해 많은 이들이 예수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상업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어드벤트(Advent·대림절) 캘린더의 의미를 살리고자 나선 기독교 기업도 있다. 기독교 굿즈 스토어 하베스터와 소셜미디어 채널 교회친구다모여는 성탄을 기다리는 어드벤트 캘린더 ‘페이퍼 트리(사진)’를 제작했다. 어드벤트 캘린더는 원래 성탄절을 기다리며 하루씩 달력을 뜯는다는 기독교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최근에는 대림절 의미는 퇴색하고 기업의 홍보 수단이 된 측면이 있다.

김승호 하베스터 대표는 “성탄절을 세상 문화에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어 예수님을 기다린다는 본질을 살리면서도 재미있는 문화를 만들려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페이퍼 트리는 1일부터 성탄절 전날인 24일까지 날짜가 적힌 종이 상자로 만들어졌다. 상자 속에는 말씀 구절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의 주머니나 가방에 사랑의 쪽지 넣기’ 등 따뜻한 친절을 베풀 수 있는 미션 카드가 들어 있다.

대구동신교회 성탄 댄스 챌린지에 도전한 청년들의 모습. 대구동신교회 제공

대구동신교회(문대원 목사)는 성도들을 대상으로 ‘성탄 댄스 챌린지’를 마련했다. 교인들은 교회가 제공한 캐럴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찍고 이를 개인 소셜미디어와 교회 계정에 공유한다.

문화위원회 담당 김대상 부목사는 “온 세대가 성탄의 기쁨을 함께 즐기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낸 아이디어”라면서 “소셜미디어 파급력을 통해 세상에 ‘예수 탄생’이라는 성탄절의 참된 의미를 알리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 미래로교회에서 한 청년이 성탄목을 장식하는 장면. 미래로교회 제공

성탄목 점등을 화려한 행사 대신 하나의 ‘성례’로 만든 교회도 있다. 경기도 광명 미래로교회(유태경 목사)는 대림절이 시작되면 전 교인이 함께 성탄목을 장식한다. 장식물에 담긴 의미를 묵상하는 시간이다.

장식에는 네 가지 상징이 사용된다. 선악과와 생명나무 열매를 상징하는 사과가 그 첫 번째다. 역경을 이겨낸 주님의 승리를 상징하는 장미, 생명의 떡을 상징하는 빵도 장식으로 올라간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상징하는 촛불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유태경 목사는 “거리마다 화려하고 멋진 성탄 장식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보다 예수님을 상징하는 장식을 활용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트리가 빛으로 오신 예수를 ‘보여주는 기다림’이라면 묵상은 ‘조용한 기다림’이다. 서울 정동제일교회(천영태 목사)는 5년째 자체 제작한 대림절 묵상집으로 성탄을 준비한다. 올해 제목은 ‘주님 우리 마음에 오시옵소서’로 교회 원로장로가 집필을 맡았다. 교회는 묵상집 순서에 맞춰 새벽기도회를 열고 교인들은 이를 바탕으로 큐티(QT)와 모임을 진행한다. 온 교회가 한마음으로 아기 예수를 기다린다는 의미를 담았다.

박윤서 박용미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