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이었던 2일 본회의를 열고 2026년도 정부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을 처리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지난 주말 물밑 협상에 이어 1일에도 3차례 회동하며 막판 줄다리기를 이어가다 이날 오전 회동에서 2020년 이후 5년 만에 법정 시한을 지켜 예산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극한 대결로만 치닫던 여야가 예산안 처리에 손을 맞잡은 건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합의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정치의 본령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여야는 728조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4조3000억원 수준을 감액했지만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해 총지출 규모는 정부 원안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지원, 정책펀드, 예비비 등에서 감액하되 야당이 “포퓰리즘적 예산”이라며 반발했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과 국민성장펀드 등 이재명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관련 예산은 감액하지 않기로 조율했다.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특활비나 지역사랑상품권 감액 주장은 저희가 양보했다”면서 “국정 기조와 관련돼 있어 인정해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액 부분은 여야의 요구 사항이 각각 반영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했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과 분산전력망 산업 육성, AI 모빌리티 실증사업 등과 국힘이 요구했던 도시가스 공급 배관 설치 지원과 국가장학금 지원, 보훈유공자 참전명예수당 등은 정부안보다 증액됐다. 예산 부수 법안 중 이견이 컸던 법인세법·교육세법 개정안도 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한 원안대로 처리됐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중요한 건 집행”이라며 “국민이 체감하는 예산, 국민의 삶을 바꾸는 예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에서 단독으로 예산안 처리가 가능했던 민주당은 “법정 시한을 반드시 준수하겠다”고 압박해 야당의 양보를 끌어내며 핵심 국정과제 예산을 지켜냈다. 국힘도 송언석 원내대표가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폭거를 일삼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중복 사업 예산을 감액하고 보훈 예산 확대를 관철해 명분을 챙겼다. 무엇보다 여야가 합의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국회의 모습을 국민이 보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 국민이 보기 원하는 정치의 모습은 거창하거나 화려한 게 아니다. 여야가 향후 다른 현안에서 이견이 있더라도 합리적으로 양보하고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