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데 잘 만든’ 중국 전기차, 한국 시장 덮친다

입력 2025-12-03 00:54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한국 진입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내수 부진과 과잉 생산에 따른 잉여 물량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시장도 타깃으로 삼은 게 선명해지면서 국내 완성차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신에너지 승용차 시장은 지난 10월 소매량이 약 132만대로 추정된다

승용차 중 보급률은 60%를 넘어설 전망이다. 신에너지 승용차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의미한다.

샤오펑·리오토·니오 등 신흥 전기차 브랜드가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BYD(비야디)·상하이차·창안차 등 기존 제조사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0월 샤오펑은 4만대, 립모터는 7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중국 내 경쟁이 치열해지자 업체들은 생산 물량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올해 1~9월 중국 자동차 수출량은 571만대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특히 신에너지차 수출은 232만대로 50% 이상 증가하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계 완성차 브랜드의 글로벌 점유율이 지난해 22%까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업체들은 저가 모델로 신흥국을 공략하고, 높은 사양 모델로 선진 시장을 겨냥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점유를 넓히고 있다. 샤오미·화웨이 등 정보기술(IT) 기업까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며 기술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해 BYD가 국내에 진출해 아토3, 씰, 씨라이언7 등을 잇달아 출시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샤오펑, 지커 등 다른 업체들도 한국 시장 진입을 노린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중국산 전기차가 대량 유입될 경우 가격·사양 경쟁 압박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차는 동일 가격대에서 사양이 국산차보다 좋아 중저가 시장은 물론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 변수도 부담이다.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신제품으로 교체하도록 지원) 정책이 내수 진작과 함께 수출 확대 전략과 맞물리면서 중국 업체들의 해외 가격 공세가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은 이미 유럽·중남미 등지에서 중국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다”며 “국내 생산 기반 유지, 해외 현지 대응력 강화 등 정부와 업계 차원의 종합적인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