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꽃다발’ 낙찰가 94억원, 국내 미술 시장 온기

입력 2025-12-03 02:18
서울옥션이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 사옥에서 연 11월 오프라인 경매에서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이 경매에 부쳐지고 있다. 이 작품은 94억원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옥션 제공

침체됐던 미술시장이 살아나려는 신호일까.

1일 미술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지난주 진행한 11월 경매에서 유의미한 지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시장에 온기가 도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옥션은 지난달 24일 열린 이브닝 세일에서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의 회화 ‘꽃다발’을 94억원에 낙찰시키며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종전 최고가는 2023년 마이아트옥션에서 거래된 ‘백자청화오조룡문호’의 70억원이었다. 서울옥션은 이튿날 데이 세일을 이어가며 이틀 동안 총 249억532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불황에 허덕이는 미술시장에서 탈출하기 위해 서울옥션이 꺼낸 승부수는 유례없는 이브닝 세일의 실시다. 통상 국내 경매회사의 오프라인 경매는 오후 4시에 진행된다. 이브닝 세일은 크리스티, 소더비 등 글로벌 경매회사들이 주요 명작을 저녁 7시 별도 세션으로 구성해서 선보이는 프리미엄급 세일이다. 서울옥션은 샤갈의 작품 4점이 확보되자 과감하게 이브닝 세일을 실시했다.

그 결과 총 17개 작품이 낙찰됐고, 낙찰 총액은 233억 4100만원을 기록했다. 낙찰 총액이 200억원을 넘긴 것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했던 팬데믹 시기인 2021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브닝 세일에서는 김환기, 이우환, 앤디 워홀, 데이비드 호크니 등 다른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도 새 주인을 찾았다. 경매에 함께 나온 샤갈의 ‘파리의 풍경’은 59억 원에,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는 9억 1000만원에 낙찰됐다.

미술시장 경기 회복에 기대를 하게 한 또 다른 지표는 낙찰률이다. 이틀간 진행된 서울옥션 경매의 낙찰률은 72.3%였고, 특히 이브닝 세일은 77.27%를 기록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올해 10월까지 서울옥션 오프라인 경매 평균 낙찰률이 58%였는데 11월 경매에서 70%를 넘긴 것은 고무적”이라며 “특히 환율 효과가 작용하는 가운데 워홀과 호크니의 작품은 해외 고객이 구매해 국내 경매회사에 대한 해외 고객의 신뢰도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6일 진행된 케이옥션 경매에서도 긍정적 흐름이 이어졌다. 관심을 모았던 김환기의 1954년 작 ‘답교(다리밟기)’가 18억 8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1975년 국립현대미술관 ‘김환기 회고전’, 1999년 갤러리현대 ‘김환기 25주기 추모전’, 2012년 현대화랑 ‘한국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 2023년 호암미술관 ‘한 점 하늘 김환기’ 등 김환기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중요 전시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작품이다. 그 때문인지 시작가 15억원에서 시작해 2000만원씩 호가가 오르며 24회 경합 끝에 새 주인에 안겼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샤걀 같은 초대형 이슈는 없었지만 ‘답교’가 무려 24번의 경합 끝에 낙찰됐다는 것은 그만큼 분위기가 좋았음을 의미한다”면서 “김환기의 ‘답교’와 ‘무제’를 비롯해 총 55억원어치의 작품이 팔렸다”고 말했다. 이는 상반기 매 경매 매출 30억∼40억원을 웃도는 성적으로, 낙찰률 역시 70%에 달했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