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5명 중 1명이 온라인에서 ‘그루밍’ 시도에 노출됐다는 서울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온라인 그루밍은 단순한 말 걸기가 아니라 성인이 인터넷에서 친밀감을 가장한 뒤 성적으로 착취하는 명백한 범죄다. 접근 경로가 SNS와 채팅방, 게임처럼 일상적인 공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디지털 일상이 아이들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아니라 범죄의 통로가 되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초등 5학년부터 고3까지 학생 2000여명 중 19%가 말 걸기, 선물 제안, 성적 대화 요구 등을 경험했고, 일부는 실제 오프라인 만남까지 이어졌다. 또 다른 통계에서 최근 3년간 성폭력 피해자 가운데 미성년자 비율이 28.6%까지 꾸준히 증가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온라인에서 사진·영상을 요구한 뒤 협박·유포로 이어지는 디지털 성범죄가 늘면서, 피해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채 장기간 노출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서울 안심 아이(eye)’라는 AI 기반 탐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다. 온라인 대화에서 “사진 보낼래?”, “영상통화할까?” 같은 성 착취 유발 표현을 24시간 탐지하고, 은어·축약어·대화 맥락까지 분석해 초기 위험을 포착한다는 계획이다. 피해자가 피해임을 자각하기도 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고·사후 대응 중심 체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가 위험을 감지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개입하고 보호하는 것은 결국 제도와 사람의 몫이다. 왜곡된 성 인식을 바로잡는 교육, 미성년자 성범죄 공소시효 보완, 피해자 지원 체계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온라인 공간의 안전은 지자체를 넘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아이들의 일상이 범죄의 놀이터가 되지 않도록 기술과 제도가 동시에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