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 44종·액상형 전담 20종 지정
새 유형 특이 유해 성분 추가 필요
가향 성분·첨가물 조사 범위 넓혀야
신종 합성 물질 '유사 니코틴' 활개
규제 사각지대… 지속적 해소해야
새 유형 특이 유해 성분 추가 필요
가향 성분·첨가물 조사 범위 넓혀야
신종 합성 물질 '유사 니코틴' 활개
규제 사각지대… 지속적 해소해야
“담배 회사들은 전자담배가 궐련보다 ‘덜 해롭다’고 홍보하지만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전자담배에 함유된 수많은 유해 물질들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담배 독성 연구 전문가인 신호상 전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1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합성 니코틴을 담배의 정의에 포함한 담배 사업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은 것은 국민 건강 증진과 청소년 보호에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신 전 교수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합성 니코틴을 비롯한 액상 전자담배 관리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본회의 통과 등 신속한 입법 마무리를 촉구했다.
그는 또 “11월 담배 유해성 관리법 시행으로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 전자담배의 유해 성분 분석 및 관리가 의무화돼 담배 제품의 위험성 관리가 더욱 체계적으로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신 전 교수는 “담배의 전체 유해 성분 종류에 비해 검사·공개 항목이 여전히 부족하지만 우선 첫걸음으로 시작하고 지속적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연소가 아닌 가열 방식의 전자담배에서 발생하는 특이 유해 물질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교수는 지난해 말 정부의 합성 니코틴 규제 추진의 결정적 근거가 된 ‘합성 니코틴과 연초 니코틴의 유해성 비교·평가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또 그가 고문을 맡은 국제특성분석연구소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담배 유해성 관리법에 따른 전자담배 분석 기관으로 지정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 다음은 신 전 교수와의 일문일답.
-액상 전자담배 규제 강화 왜 필요한가.
“청소년 사이에 궐련 사용은 줄고 있지만 액상 전자담배 사용이 늘고 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 액상과 배출물에는 살충제를 포함한 180여종의 유해 물질이 함유돼 있고 최소 30종 이상이 발암성, 돌연변이성, 세포 독성을 나타낸다. 또 400여종의 향료 및 첨가제가 확인됐으며 그중 30여종은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전자담배 사용자는 궐련 사용자보다 니코틴 의존도가 더 강하고 중독 수준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전자담배 액상에 니코틴 함량이 정확하지 않고 사용자가 흡입량을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액상에는 또한 높은 농도의 프로필렌글리콜·글리세린(보습제), 각종 향료가 들어있다. 이런 물질들은 가열 과정에서 다양한 발암 물질이 생성된다. 또 제조 시설의 관리 부족으로 각종 오염 물질이 많으며 첨가되는 향료(가향 물질)는 흡연에 대한 인식을 떨어뜨리고 청소년 흡연을 조장한다. 해외에선 액상에서 대마초 및 마약류까지 검출됐지만 국내에선 조사가 이뤄진 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거나 유해 물질을 덜 배출한다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밝히고 있다.”
-검사·공개 성분으로 궐련 및 궐련형 전자담배 44종, 액상 전자담배 20종은 충분한가.
“우선 첫걸음으로 시작하고 지속적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궐련과 동일한 44종을 지정했는데, 이는 30년 전 기준(1997년 디트리히 호프만 박사의 연구 기준)을 따른 것으로 새로운 유형의 담배에서 발생하는 특이 유해 성분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연소가 아닌 가열하는 유형의 전자담배에서 생성되는 고유한 유해 물질들이 있는데, 44종은 대부분 가열식 전자담배에서는 쉽게 생성되지 않는 것들이다. 액상 전자담배에선 발암 물질인 벤젠(궐련 및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포함돼 있음)을 비롯한 각종 발암성 용해 및 오염 물질, 그리고 에틸렌글리콜, 살충제 등의 유해 물질이 우선 규제가 필요한 항목이다. 또 국제적으로 규제되는 디아세틸, 2·3-펜탄디온, 디에틸렌글리콜 등 향료와 비타민, 카페인, 타우린 등 첨가물도 추가로 규제가 필요하다.”
-담배업계가 검사·공개 성분에 타르가 포함된 데 반발했는데, 이유는.
“타르는 단일 성분이 아니라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담배연기 속 미세먼지의 총중량이다. 즉 발암 물질을 포함해 담배 연기에 존재하는 복합 성분의 총량을 나타낸다. 수천 가지 화학 성분이 혼합된 타르를 마치 단일 성분처럼 검사하는 게 타당한지, “타르 함량이 낮을수록 덜 해롭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복합 성분이 모두 유해한 것은 아니므로 절대적인 평가 도구는 아니지만 유해 성분의 총량 지표로서 여전히 가치가 있다.”(보건복지부도 담배 유해성 관리법의 검사·공개 대상을 단일 성분으로 제한하지 않는다고 밝힘.)
-유사 니코틴 제품이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인데.
“합성 니코틴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자 많은 업체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무니코틴 등을 표방한 유사 니코틴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다. 유사 니코틴은 니코틴과 유사한 화학 구조를 가진 신종 합성 물질이다. 대표적인 것이 메틸 니코틴(메타딘)과 니코틴아미드다. 니코틴아미드는 단독으로는 니코틴의 타격감을 주지 못해서 메틸 니코틴의 보조제로 쓰인다. 이런 제품들은 특정 브랜드나 제품명 보다 주로 온라인에서 무니코틴 또는 흡연 욕구 저하제, 흡연 습관 개선 제품 등으로 광고되며 유통되고 있다.”
-건강 위해성은.
“유사 니코틴은 니코틴과 비슷한 타격감을 제공하고 강한 중독을 유발한다. 일부 연구에서 니코틴 수용체에 대한 약리학적 효능이 28배 더 강하고 독성이 높아 중독성 증가 및 부작용 우려가 제기됐다. 합성 니코틴 원액에서 다수의 유해 및 발암 물질이 검출된 것처럼, 합성 유사 니코틴에도 다수, 다량의 유해 성분이 함유돼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독성학 및 약리학적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 새로운 합성 유사 니코틴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 담배 유해 성분 관리 및 규제의 방향성은.
“우선은 합성 니코틴 제품 규제 및 관리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후 담배의 정의, 검사 유해 물질 및 대상 시료의 추가 확대를 통해 규제 및 조세 허점을 지속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니코틴 유사 물질을 포함하도록 담배 정의를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 또 궐련 및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 전자담배의 유해 성분 지정은 담배 유형에 따라 달라야 한다. 담배 제품에 첨가되는 가향 성분을 포함한 첨가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이런 첨가물은 담배 제품을 대상으로 측정·관리돼야 한다. 현재 궐련 및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 물질 검사는 연기 등 배출물에서 분석하도록 돼 있으나 첨가제 분석을 위해선 담배 제품까지 확대돼야 할 것이다. 액상 전자담배는 분석 대상이 액상에 국한돼 있는데, 배출량까지 확대해서 가열로 생성돼 높은 농도로 검출되는 유해 물질까지 조사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