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교 탄압 논란만 남긴 해병특검 수사 결과

입력 2025-11-29 01:30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해온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가 28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상병특검이 어제 15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최종 결과를 발표했지만 수사 과정이 요란했던 것에 비해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특검은 2년 전 호우 때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채수근 상병 사건에 대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사 외압,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도피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수사 결과 ‘VIP 격노설’과 수사 외압, 도피 공모 등이 확인돼 33명을 재판에 넘기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은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채 수사가 끝났다. 또 기소된 33명 중 임 전 사단장 1명만 채 상병 순직 책임을 물어 구속됐을 뿐 나머지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하게 됐다. 앞서 특검이 청구한 10건의 구속영장 중 9건이 기각됐을 정도로 과잉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는데, 최종 결과 역시 이런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채 상병 수사 외압의 범행 동기로 지목된 ‘구명 로비’ 의혹 수사로 한동안 떠들썩했지만 이와 관련해 기소된 인사는 한 명도 없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을 위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게, 김장환 목사 등 개신교계 인사들이 대통령실에 각각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지만 누가 어떤 경로로 로비를 했는지 뚜렷이 파악된 실체는 하나도 없다. 그만큼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였다는 방증인 셈이고 엉뚱한 이들이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 특검은 특히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극동방송 등을 압수수색해 교계로부터 종교 탄압이라는 반발을 샀다. 또 여야 정치권 모두에서 비판이 제기됐고, 심지어 특검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조차 “특검은 개신교계 원로 종교인과 교회 시설 수사를 각별히 절제해야 한다. 헌법상 종교 자유에 대한 우려가 따를 수 있다”고 자제를 촉구했을 정도다. 특검은 로비 의혹에 결국 ‘헛방’인 결과를 내놓은 만큼 수사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엄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다.

해병특검 외 내란특검과 김건희특검도 가동 중인데 수사 기간이 이미 몇 차례 연장된 만큼 최대한 서둘러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 유례없는 동시다발적 특검이어서 수사가 ‘짧고 굵게’ 이뤄져야 국론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수사도 늘어진 측면이 없지 않다. 조만간 세 특검을 모두 마무리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이 계엄과 탄핵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새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