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이 어제 15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최종 결과를 발표했지만 수사 과정이 요란했던 것에 비해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특검은 2년 전 호우 때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채수근 상병 사건에 대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사 외압,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도피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수사 결과 ‘VIP 격노설’과 수사 외압, 도피 공모 등이 확인돼 33명을 재판에 넘기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은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채 수사가 끝났다. 또 기소된 33명 중 임 전 사단장 1명만 채 상병 순직 책임을 물어 구속됐을 뿐 나머지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하게 됐다. 앞서 특검이 청구한 10건의 구속영장 중 9건이 기각됐을 정도로 과잉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는데, 최종 결과 역시 이런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채 상병 수사 외압의 범행 동기로 지목된 ‘구명 로비’ 의혹 수사로 한동안 떠들썩했지만 이와 관련해 기소된 인사는 한 명도 없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을 위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게, 김장환 목사 등 개신교계 인사들이 대통령실에 각각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지만 누가 어떤 경로로 로비를 했는지 뚜렷이 파악된 실체는 하나도 없다. 그만큼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였다는 방증인 셈이고 엉뚱한 이들이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 특검은 특히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극동방송 등을 압수수색해 교계로부터 종교 탄압이라는 반발을 샀다. 또 여야 정치권 모두에서 비판이 제기됐고, 심지어 특검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조차 “특검은 개신교계 원로 종교인과 교회 시설 수사를 각별히 절제해야 한다. 헌법상 종교 자유에 대한 우려가 따를 수 있다”고 자제를 촉구했을 정도다. 특검은 로비 의혹에 결국 ‘헛방’인 결과를 내놓은 만큼 수사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엄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다.
해병특검 외 내란특검과 김건희특검도 가동 중인데 수사 기간이 이미 몇 차례 연장된 만큼 최대한 서둘러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 유례없는 동시다발적 특검이어서 수사가 ‘짧고 굵게’ 이뤄져야 국론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수사도 늘어진 측면이 없지 않다. 조만간 세 특검을 모두 마무리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이 계엄과 탄핵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새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