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라자루스

입력 2025-11-29 00:40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나사로는 죽은 지 나흘이 지나 예수의 부름으로 무덤에서 걸어 나온 인물이다. 나사로는 하나님이 도우신다는 뜻의 히브리어 ‘엘아자르(Eleazar)’에서 나온 라틴어 라자루스(Lazarus)를 한국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당시 예수께서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산다고 말씀하셨듯 ‘부활’의 상징이 바로 나사로다.

라자루스는 의학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차용됐다. 소생술 실패 후 심장이 멈춘 것으로 판단된 환자에게서, 정상적인 심장 기능이 자연스레 되살아나는 현상을 ‘라자루스 증후군’이라 부른다. 1982년 이후 의학 문헌에서 최소 38차례 보고됐다.

그런데 이 상징적이고 강렬한 이름을 가장 기괴하고 현실적으로 활용한 집단이 있으니, 바로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라자루스 그룹’이다. 국제사회가 “해킹을 차단했다”고 선언할 때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아나며 이름값을 과시하고 있다.

그 라자루스가 다시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을 흔들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445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탈취된 사건의 배후로 라자루스가 유력하게 지목됐기 때문이다. 수법 또한 낯설지 않다. 2019년 업비트에서 580억원 규모의 이더리움을 훔쳤을 때와 동일하게 ‘핫월렛(인터넷에 연결된 개인지갑)’을 노렸다. 6년 전 열린 그 문이 다시 뚫린 셈이다. 해킹 후 다른 거래소 지갑으로 호핑(전송)한 뒤 믹싱(자금세탁)해 추적을 불가능하게 하는 방식도 라자루스의 ‘서명’과 같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회원국에선 불가능한 수법인 것도 라자루스를 용의자로 지목하는 이유다. 게다가 이번 해킹이 네이버파이낸셜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합병 발표 당일(27일) 일어난 점도, 해커들의 ‘과시욕’을 떠올리게 한다. 성서의 나사로가 생명의 부활을 의미한다면 북한 라자루스는 반복되는 재앙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한국 보안당국이 그 위협을 제대로 끊어낼 수 있을지, 그 시험대가 눈앞에 놓여 있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