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떨기나무 가운데서

입력 2025-11-29 03:04 수정 2025-11-29 03:04

전남 시골학교로 아이들과 함께 2년간 농산어촌 유학을 하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이 싹텄습니다. 그러나 선뜻 대도시 사역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로 가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지역을 섬기는 교회에 대한 소망을 품게 하셨고 지난해 전남 화순에서 작은 책방을 열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주중에 지역을 책으로 섬기고 주일에 예배하는, 조금 특별한 교회를 섬기는 삶이 쉽지만은 않지만 오늘 본문을 통해 하나님은 큰 위로를 주셨습니다.

본문에서 하나님은 모세를 부르십니다. 주목할 부분은 하나님께서 임하시는 곳이 바로 떨기나무라는 점입니다. 수많은 나무 중에 왜 떨기나무였을까요. 이스라엘에서 떨기나무는 보잘것없는 나무입니다. 아카시아과의 키가 작은 가시덤불로 볼품이 없습니다. 사막 열기에 순식간에 타거나 시들어버리고 다시 비를 맞으면 겨우 기운을 얻어 살아나는 연약한 나무입니다.

이 떨기나무는 세 부류의 사람을 비유합니다. 첫째는 이스라엘 백성입니다. 그들은 애굽에서 모진 고통을 받고 있었고 학대와 무거운 짐에 눌려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순식간에 타버리는 떨기나무처럼 언제 죽고 사라질지 모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모세입니다. 그는 충동적 분노로 사람을 죽이고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애굽에서 도망쳐 나와 40년간 광야에 숨어 양치기로 살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우리 자신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복음을 따라 멋지게 살고 싶지만 사소한 일에도 넘어지고 쓰러지는 연약한 사람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신다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불타는 떨기나무에 직접 나타나셨습니다. 4절에서 “하나님이 떨기나무 가운데서 그를 불러”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신음하는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하시려고 고통 한가운데 있는 떨기나무에 찾아오셨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고난을 내버려 두지 않고 계속해서 보고 계셨습니다.

출애굽기 3장에는 ‘하나님께서 보신다’는 표현이 무려 세 번이나 반복됩니다. 떨기나무는 이스라엘 백성이었고 모세였고 오늘날 우리들입니다. 너무 연약해서 쓰러질 수밖에 없는 존재, 사막 열기에 타버릴 것 같은 존재, 그리스도인으로 하루하루 살아내기 버거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여전히 우리를 보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지역 주민을 섬긴다며 책방에 앉아있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이 사역이 너무 보잘것없어 보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 말씀을 통해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내가 다 보고 있다. 내가 너와 함께하고 있다.’ 사실 하나님이 보고 계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때때로 복음을 따라 믿음으로 사는 것이 외롭고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수고와 눈물, 애씀과 발버둥을 모두 보고 계십니다. 오늘도 우리 삶의 연약한 떨기나무 가운데 찾아오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낮은 곳으로 믿음의 걸음을 내딛으시길 축복합니다.

강윤성 목사 (이야기가있는교회)

◇이야기가있는교회는 지난해부터 전남 화순에서 책방으로 지역을 섬기며 복음을 전하는 선교적 교회입니다. 주중에 운영하는 책방오다는 책방나들이와 독서모임, 북토크 등을 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지난 8월부터 주민들과 함께 아동 청소년을 위한 책선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