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국내 공연장 무대에는 해마다 만나게 되는 ‘단골 레퍼토리’가 오른다. 오케스트라들의 주도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공연된다면, 합창단들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1685~1759·아래 사진)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앞다퉈 경쟁하듯 올린다. 예수의 생애를 다룬 작품의 특성상 예수가 탄생한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4년 만에 ‘메시아’를 선보이는 국립합창단을 필두로 예년보다 공연이 부쩍 늘었다.
오라토리오(Oratorio)는 성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종교음악 장르다. 궁전이나 성당에 부속된 작은 예배당을 뜻하는 라틴어 ‘오라토리’(Oratory)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등장한 오라토리오는 오페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성악가들이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독창, 중창, 합창을 들려주지만 오페라에서처럼 연기하지는 않는다. 무대 장치 또한 따로 없으며 합창의 비중이 매우 크다. 해설자가 이야기의 줄거리를 낭독하는 형식도 특징이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오페라처럼 처음에는 이탈리아어로만 쓰이다가 점차 다양한 언어로 제작됐다.
헨델의 ‘메시아’는 1741년 영어로 작곡된 오라토리오다. 독일 출신이지만 영국으로 귀화한 헨델은 런던에서 이탈리아 오페라 열풍을 이끌었다. 하지만 1730년대 이후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자 영어 오라토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부유한 음악 애호가이자 작가였던 찰스 제넨스는 헨델에게 ‘메시아’를 비롯해 여러 편의 오라토리오 텍스트를 제공했다.
헨델은 1741년 7월 제넨스로부터 ‘메시아’ 텍스트를 받은 뒤 같은 해 8월 22일 작곡을 시작해 불과 24일 만인 9월 14일 작품을 완성했다. 당시 헨델은 먹고 자는 것도 잊은 채 이 작품에 매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제넨스가 24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작품이 완성된 점을 들어 헨델이 작품에 ‘무성의하고 불성실했다’며 불쾌해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총 53곡, 2시간 20분가량의 공연 시간이 소요되는 ‘메시아’는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예언과 예수의 탄생, 2부는 수난과 속죄, 3부는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주제로 한다. 편성은 오케스트라, 합창단 그리고 4명의 독창자다. 독창자는 일반적으로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가 출연하지만 알토 대신 카운터테너, 베이스 대신 바리톤이 무대에 서는 경우도 있다.
‘메시아’는 종교음악에 속하지만, 헨델의 다른 오라토리오와 마찬가지로 교회보다 공연장에서 연주될 목적으로 작곡됐다. 실제 초연 역시 1742년 4월 부활절을 앞두고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자선음악회였다. 당시 현지 언론은 “장내를 메운 청중들에게 ‘메시아’가 안겨준 황홀감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듬해 4월 런던 공연에서는 영국 왕 조지 2세가 2부의 ‘할렐루야’ 합창에서 감격한 나머지 벌떡 일어나자 신하들도 따라서 일어났고 나중엔 모든 관객이 기립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후 이것이 일종의 전통이 돼 요즘도 어느 나라에서건 할렐루야 합창 부분에서는 관객이 모두 기립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헨델 생전에 ‘메시아’는 주로 부활절 직전 사순절에 공연됐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부활절 시즌에 많이 공연되는 데 비해 북미에서는 19세기 이후 크리스마스 시즌에 공연하는 전통이 확립됐다. 국내에서도 부활절 시즌에 ‘메시아’를 올리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공연하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
올해 12월 수도권만 보더라도 ‘메시아’ 공연이 7차례 열린다. 2일 아트센터인천에서 인천시립합창단(지휘 윤의중),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합창단(데이비드 이), 같은 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한국교회연합 찬양대(홍정표)가 무대에 오른다.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서울모테트합창단(박치용), 10일 KBS홀에서는 서울오라토리오(최영철), 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립합창단(민인기), 17일 부천콘서트홀에서는 부천시립합창단(김선아)이 ‘메시아’를 선보인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