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왕이신 그리스도

입력 2025-11-29 03:01

지난 주일은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이었다. 기독교인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왕이 된 건 쌀로 밥 짓는 이야기이다. 뭘 새삼스럽게 기념하나 싶을 정도다. 실제로 이 기념일은 제정된 지 100년 된, 신상 축일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부활절이나 성탄절에 밀리지 않는다. 그리스도가 우리의 왕인 동시에 세상의 왕이심을 선포하는 날이니까.

이번 주간은 교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이다. 작년 이맘때 나는 교회 청년들과 크리스마스이브에 봉헌할 ‘나인 캐럴’을 연습했다. 50년 동안 교인으로 살면서 이런저런 봉사를 했지만 찬양하는 즐거움은 다른 교우에게 양보하곤 했다. 그 즐거움을 이제는 내가 누려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성가대에 들어간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가사 알고 음정 잡았으면 자신감을 뿜어낼 차례죠!” 고음 앞에서 잔뜩 움츠러든 성가대원들에게 지휘자님은 확신 가득한 표정을 지으신다. 안 될 것 같은데 된다고 하신다. 믿고 입을 열라고, 소리를 내라신다. 에라 모르겠다. 예수님의 손을 잡고 물 위를 걸은 베드로의 심정이 이와 같았을까. 예수 그리스도 우리의 왕이여, 이곳에 오셔서 보좌로 임하사 찬양을 받아 주소서. 마음의 소리를 멀리 보낸다.

정혜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