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킹 오브 킹스’를 보며 걱정한 이유

입력 2025-11-25 03:04

“사랑하는 아이들아, 아버지는 너희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꼭 알았으면 한단다.”

찰스 디킨스가 자기 아들들에게 예수를 설명하기 위해 쓴 소설 ‘예수의 생애’를 모티브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가 ‘킹 오브 킹스’(2025, 장성호)다. 이 영화가 놀라운 것은 그동안 한국에서 제작된 기독교 영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해서 1만 관객 동원도 힘들었는데 무려 131만명을 동원했고 심지어 북미 흥행수익 역대 한국 영화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록은 매우 고무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기독교 영화가 세상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물론 10년이라는 제작 기간과 제작비 360억이란 기록이 말해주듯이 많은 투자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만으로 세상이 관심을 가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일까.

영화는 아버지 디킨스와 아들 월터의 대화를 중심에 둔다. 아서왕 전설과 엑스칼리버, 원탁의 기사에 열광하는 월터는 예수에는 관심이 없다. 디킨스는 그런 아들에게 예수가 ‘왕 중의 왕(King of Kings)’임을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영화는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본 월터가 다소 실망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후 이야기가 펼쳐지며 분위기가 달라진다. 광야에서 사탄의 시험을 말씀으로 이겨내는 장면, 시각장애인의 눈을 뜨게 하는 기적, 오병이어로 5000명을 먹이시는 장면, 풍랑 이는 바다 위를 걸어오는 모습, 죽은 나사로를 살리는 기적에 이르기까지 월터는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서서히 ‘진정한 왕은 예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과정은 영화가 흥행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월터가 예수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흐름이, 아이언맨·스파이더맨·슈퍼맨처럼 영웅적 면모를 지닌 예수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쳐지기 때문이다.

감독이 또 강조한 주제는 ‘믿음’이다. 영화는 예수를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전능한 왕, 곧 영웅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우리가 믿을 때 기적의 삶을 경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한다. 그래서 특정 대사도 되풀이된다. 예를 들어 태어날 때부터 눈먼 사람을 치유하는 장면에서 예수는 “네게 믿음이 있다면 그대로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성경에는 없다. 풍랑 속에서 물 위를 걷던 베드로가 빠지는 장면에서도 영화는 “너의 의심이 너를 빠지게 했다. 나를 믿으면 구원을 얻을 것이다”라는 대사로 믿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마태복음의 기록은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마 14:31)이다. 큰 맥락에서 신앙의 의미를 전하는 데에는 맞지만, 성경의 정확한 표현과는 다르다.

나사로를 살리시는 장면에서도 예수는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볼 것이다”라고 말하며 믿음을 중심에 둔다. 영화의 마지막 역시 이런 흐름을 따른다. 예수의 ‘왕 되심’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편집해 보여준 뒤 물에 빠졌던 베드로의 모습이 월터가 빠지는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그리고 같은 대사가 다시 등장한다. “너의 의심이 너를 물에 빠지게 했다. 나를 믿으면 구원을 얻을 것이다.”

전능한 왕으로서의 예수, 믿으면 구원에 이른다는 감독의 강조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믿음의 내용이 ‘예수 그리스도’, 즉 십자가를 지신 고난받는 종에게서 비롯된다는 점, 그리고 그분을 따르는 우리의 삶이 희생과 헌신을 포함한다는 점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영화는 분명 마구간에서 태어난 예수, 겟세마네 동산의 고뇌,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전체적인 뉘앙스는 영웅처럼 강력한 왕 예수, 그리고 ‘믿으면 능력을 베푸시는 주님’에 초점을 맞춘다. 그 결과 예수를 따르기 위해 자기를 부인하고 각자에게 맡겨진 십자가를 지는 믿음의 깊이와 아름다움이 상대적으로 희미해진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아이들이 고난과 십자가는 보지 못한 채, 예수를 ‘영웅’으로만 받아들이고 그 예수를 믿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식의 번영주의 신앙으로 기울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겼다. 그래서 마음 한편이 불안했다. 혹시 기독교 영화, 그것도 예수를 다룬 ‘킹 오브 킹스’가 흥행한 이유가 관객들이 그 안에서 마블 영웅 같은 예수를 발견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정완 목사 (꿈이있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