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끝났음에도 ‘응급실 뺑뺑이’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부산에서 고등학생이 응급실을 찾지 못한 채 숨졌을 당시, 119구급대가 14차례에 걸쳐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물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병원들은 ‘소아 진료 불가’ 등을 이유로 거부했고, 일부 병원은 환자 심정지 후에도 ‘소아 심정지 불가’라는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았다. 살릴 수 있는 소중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안타깝고 참혹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구급대원이 전화를 10통, 20통 돌려도 돌아오는 대답은 ‘수용 불가’ 뿐인 현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 비극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년 동안 구급대원이 환자를 받아 주는 병원을 찾기 위해 전화를 20통 이상 걸었던 사례가 전국에서 1300건이 넘었다. 이들 10명 중 7명은 대부분 사망 확률이 높은 중증 응급환자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꼴로 응급의료기관 수용 불가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를 직·간접적으로 겪어봤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김윤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구급대에 이송 병원 지정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에서는 구급대원은 응급실에 일일이 전화해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환자를 이송할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에 힘을 실었다. 문제 해결 방안으로 ‘응급실 중증환자 즉시 수용 의무 규정 강화’(29.5%)가 가장 많이 나왔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반면 의료계는 오히려 환자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응급환자가 제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일은 더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제도 손질만으로도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다.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간다. 정치권이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의료계도 대안 없이 반대만 하지 말고 법안 마련에 협조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와 보건복지부, 소방, 의료계가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