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람직한 상생협력 위한 정책 제언

입력 2025-11-20 00:30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규정하고 있는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에 개정된 대표적인 주요 내용 세 가지를 살펴본다.

첫째, 주요 원자재가 급등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납품대금에 연동시키는 제도가 2024년부터 시행됐지만 에너지 비용은 그 대상이 아니었다. 1년 후 시행하는 이번 법률 개정으로 금형이나 용접 등 전기나 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IBK기업은행의 2025년 중소기업 금융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필요 자금의 76.8%를 은행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반영해 이번 개정 법률에서는 금융회사의 상생협력 실적과 중소기업의 만족도 등을 계량화한 상생금융지수를 도입하도록 했다. 일종의 ‘넛지’ 방식으로 금융회사들의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의지를 제고하고자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 유용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이 반영됐다. 그간 다양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손해액 산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돼 왔으며, 이번 개정 법률에는 법원이 전문성을 보유하는 기관에 실제 피해액을 산출할 수 있도록 해 손해액의 합리적 산정을 돕는 내용이 반영됐다.

이번 법률 개정은 현장의 정책적 요구를 국회가 수용한 결과로, 중소기업에 실질적 의미가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상생협력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에너지 비용을 납품대금 연동에 추가하는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제도 시행 남은 기간 중 ‘공장 에너지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중소기업이 에너지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인프라 측면의 정부 지원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대기업 등이 출연해 누적 3조원 조성을 돌파한 ‘상생협력기금’은 현행 협력 중소기업 위주에서 벗어나 출연기업의 의사에 따라 비협력 중소기업 내지 예비창업자 등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기술 유출을 호소하지만 정작 증거를 수집하지 못해 법적으로 다투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보곤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사례처럼 장막(COVER)을 제거한다는 의미의 디스커버리 제도, 즉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조속한 입법 논의가 요구된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은 구호나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미래 우리 경제 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기반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법률 개정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조속한 시간 내에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변태섭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