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원망하지 마라
구름을 원망하지 마라
들판의 풀들은 바람을 원망하지 않고
산벚나무는 구름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 그늘지게 살았지만
구름 때문에 네가 살아온 땅이
사막으로 변하지 않았다
하늘을 원망하지 마라
달빛을 원망하지 마라
산불이 온 숲을 휩쓸고
지나간 듯한 날도 있었고
산사태에 산허리 끊어져
다 쓸려 내려간 듯한 밤도 있었지만
부딪치고 얽히고
상처받고 풀어지는
그게 네 운명이었다
원망하지 마라 사람을
원망하지 마라 하늘을
-도종환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