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강 내수 마지노선 ‘5000만t’… 20년 만에 2년 연속 붕괴 전망

입력 2025-11-14 00:48 수정 2025-11-14 00:48

철강 산업이 아우성 치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업황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내수 마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들어 철강 내수 물량은 지난 3분기까지 지난해 대비 1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2006년 이후 20년 만에 2년 연속 5000만t을 밑돌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1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철강 내수 물량은 3255만1000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656만5000t) 대비 10.9% 내려간 수치다. 지난해에 이어 5000만t 선을 하회할 공산이 큰 상황이다. 산업부 측은 “지난해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의원실에 보고했다.

일반적으로 5000만t은 국내 철강재 수요의 ‘마지노선’으로 평가된다.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4710만t, 4980만t을 기록한 이후 2009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5000만t을 넘겨왔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2020년엔 코로나19 팬데믹이 영향을 미쳤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5000만t은 최근 수십 년간 꾸준히 유지돼 온 물량”이라며 “이 수치가 무너졌다는 건 철강 산업의 위기 장기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통상 철강 1t은 자동차 1대에 필요한 물량이다. 100만t이 감소하면 자동차 100만대에 해당하는 철강재 물량이 감소한 것을 의미한다.

내수 침체의 주요 원인은 건설경기 부진과 중국산 등 저가 수입재의 침투가 꼽힌다. 특히 철강재 소비의 45%를 맡고 있는 건설업계가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영향이 크다. 건설기성(공사진행 실적)은 지난 8월까지 16개월 연소 감소세를 보였다. 여기에 저가 수입재 공세도 강하다. 철강재 수입량은 2020년 1240만t에서 지난해 1470만t으로 18.6% 증가했다.

철강업계는 산업용 전기료 인하, 세제 지원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업계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추진되지 않으면 스웨덴 ‘말뫼의 눈물’이 한국에서 재현될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최근 정부가 철근 생산량 감축 유도 등이 담긴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내놨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알맹이 빠진 대책’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박 의원은 “정부는 공공조달 및 산업전환 인프라 구축 등을 연계한 철강 내수 창출 전략을 마련하고 최근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조속히 이행해 철강업의 탈탄소·고부가 전환을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