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방향 전환’에 놀란 시장… “금리 인하 사실상 끝났다”

입력 2025-11-14 00:15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수도권 집값이 공고한 데다 성장률 전망치 상승 등 한국 경제가 저점을 지났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주기가 사실상 끝났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예상은 최근 고공 행진하는 원·달러 환율을 더 끌어올릴 우려가 있어 금융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한은이 내놓은 10월 중 금융 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12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92%로 9월 말(2.58%) 대비 0.34% 포인트, 10월 말(2.72%) 대비 0.2% 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10년물 금리도 0.33% 포인트 상승했다. 국고채는 정부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하는 다섯 가지 국채 중 하나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기준금리가 더 인하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국고채 금리는 미래의 평균 금리를 미리 반영한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순간 시장은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린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최근 발언도 기준금리 인하 주기 조기 종료 관측에 힘을 실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현재 한은의 공식적인 통화 정책 경로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라면서도 “인하 폭이나 시기, 혹은 (인상으로의) 방향 전환은 새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향 전환’이라는 표현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해석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인 이 총재가 기준금리를 당장 인상하지는 않더라도 인하를 멈출 명분을 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똥은 외환 시장으로도 튀었다. 기준금리 인하 주기 조기 종료로 인한 시장 금리 상승을 예상한 외국인 투자자가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채권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채 10년물 선물을 이달 들어 2조6500억원어치 이상 순매도했다. 이 중 일부는 달러로 환전돼 한국을 빠져나가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13일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당시 전고점인 148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둘 만큼 치솟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 당국은 시장 진화에 나섰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이 총재 발언이 전해진 뒤 “그 발언이 통화 정책의 선회나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국고채 금리 급등이 과도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시장에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전문가들은 이 총재 발언의 여파가 원·달러 환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도세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도를 유발하는 악순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