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사고가 발생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의 해체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과 시공사인 HJ중공업이 사과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8일째 만이다.
권명호 동서발전 사장은 13일 울산 남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 뒷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분들을 애도하고, 유가족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피해자 지원과 현장 수습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시공 관계자와 협력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 발전설비 폐지와 해체는 불가피한 과제”라며 “이번 사고의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폐지 과정의 모든 절차를 재점검하고, 안전 최우선을 확립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법적 문제나 책임 소재에 관해서는 “진행 중인 수사 결과에 감당해야 할 부분은 감당하겠다”고 말하며 즉답을 피했다.
시공업체인 HJ중공업도 이날 동서발전에 이어 사과 입장을 밝혔다. HJ중공업 김완석 대표도 사고 현장에 나와 희생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안게 된 유가족께 뼈를 깎는 심정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히면서 “진작 사과에 나서지 못한 건 구조가 최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동서발전과 HJ중공업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언론사 취재 요청을 대부분 거부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관계자는 “이들의 사과문 발표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원론적이고 알맹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사고 현장에서는 30대 매몰자 시신 1구가 추가로 수습됐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1시18분쯤 무너진 보일러타워 5호기 잔해 속에서 30대 남성 작업자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 작업자는 사고 당일 위치가 확인됐으나 빽빽하게 뒤엉킨 철 구조물 때문에 구조가 난항을 겪었다.
이로써 사고 사망자는 6명으로 늘었다. 소방 당국은 위치가 확인 안 된 남은 매몰자 1명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