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외교 등 성과 많은 5개월
반면 야당과 관계는 악화일로
국회서 '꺼지라' 막말 듣기도
보수층선 국정 부정평가 높아
여권이 야당에 숨 쉴 틈 안 주고
해체하라며 무시만 해선 안 돼
일만 잘한다고 성공한 정부 아냐
대통령부터 정치 복원 노력해야
반면 야당과 관계는 악화일로
국회서 '꺼지라' 막말 듣기도
보수층선 국정 부정평가 높아
여권이 야당에 숨 쉴 틈 안 주고
해체하라며 무시만 해선 안 돼
일만 잘한다고 성공한 정부 아냐
대통령부터 정치 복원 노력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 경기 북부에서 취임 후 6번째 지역 타운홀미팅을 연다. 앞서 광주 대전 부산 강원 대구에서 열어 왔고, 지난 9월에는 청년 대상 타운홀미팅도 개최했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전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시비가 붙기 딱 좋은 행사지만 국민의힘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지역민들 반응이 너무 좋아서다.
이 대통령은 행사에 갈 때마다 지역민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준다. 지난달 24일 대구에선 “대구도 한때 정말 잘 나갔다. (나라 경제의)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인당 총생산이 전국 최하위권이라 마음이 무겁다”는 말로 시민들을 위로했다. 이어 산업화 업적을 거론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 향수도 자극했다. 그러면서 ‘로봇 수도’ ‘메디시티’ ‘미래 모빌리티’ 등 대구 맞춤형 정책을 제시했다. 시민들은 대통령에게 한마디라도 더 말하려고 질문 기회를 달라 아우성이었고 박수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애로를 듣고 즉석에서 토론한 뒤 해결책을 제시하고 참모들에게 잘 챙기라고 지시하니 지역민들이 좋아하지 않을 리 없다.
현 정부 히트상품이 된 타운홀미팅 하나만 보더라도 이 대통령이 일 잘하는 대통령임에 틀림없다. 어떤 일에 달려들면 성과도 빨리 내는 편이다. 실제 지난 5개월 짧은 시간에 이룬 일들이 적지 않다. 인공지능(AI) 강국을 위한 기초를 다졌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정상 외교도 돋보였다. 미국과는 관세 협상을 타결지으면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을, 중국과는 70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일본과는 셔틀외교 복원 결실을 얻어냈다. 그 사이 코스피지수는 4000 포인트를 돌파했고, 요즘은 방산 수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대체로 잘하는 편이지만 유독 아주 못하고 있는 게 정치다. 보수 진영을 껴안지 못하고 있고 제1야당과의 관계는 악화일로다. 어제 나온 여론조사업체 4개사 합동 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61%였지만 보수층에선 역으로 부정평가가 61%였다. 국민의힘은 지난주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러 국회에 온 이 대통령을 향해 “범죄자” “꺼지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야당은 어제도 집회와 회의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물러나라” “독재자”라고 외쳤다.
취임 5개월밖에 안 된 대통령한테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여권이 야당한테 숨 쉴 공간을 전혀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거부당하고, 국정의 파트너로서 인정을 받지 못해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내란 정당 해체’를 부르짖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어제도 “국민의힘은 10번이고 100번이고 정당 해산감이고 존재 자체가 위헌”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대통령을 향해 “범죄자”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모욕적인 말이다. 국민의힘은 상임위에서도 의석수에 밀려 번번이 무시당하고 있다.
사실상 제대로 된 정치, 정상적인 여야 관계가 사라진 게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이제 그걸 바로잡는 데 이 대통령이 해결사로 나설 때다. 이 대통령은 9월에 장동혁 대표를 초청해 “국민의힘은 국민의 상당한 일부를 대표하기에 중요한 국가기관이다. 야당 의견을 들어야 하고 그렇게 해서 정치를 복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대통령부터 야당을 존중하고 얘기를 들어줘야 한다. 여당이 야당을 무시하면 할수록 이 대통령이라도 따뜻하게 품어줘야 한다. 이 대통령이 여당과 ‘굿캅-배드캅’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여당 지도부에도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대우하라고 강하게 주문해야 한다. 야당도 문제가 많지만 적어도 여당이 먼저 바뀌어야 야당도 변할 수 있다. 힘이 센 쪽이 먼저 양보해야 하는 법이다.
국정은 대통령만의 활동으로 평가되는 게 아니다. 집권당이 어떻게 정치를 하는지도 국정 평가에 반영된다. 국민은 이 대통령을 볼 때 정 대표와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얼굴도 떠올릴 것이다. 일 잘하는 대통령에 싸움 잘하는 집권당 조합으로는 결코 ‘국민통합의 정부’가 될 수 없다. 여야 관계가 지금같은 상태로 계속 흐른다면 이재명정부가 성공한 정부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어려울 것이다. 일은 좀 했으나 아주 시끄러운 정권이었다는 얘기를 들을 공산이 크다. 더 늦기 전에 이 대통령이 정치 복원과 국민 통합에 바짝 나서기 바란다.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