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익시. 경복궁역에서 인왕산 정상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려?”
직장 동료와 등산 약속을 잡던 LG유플러스 직원이 통화 도중 ‘익시오 인공지능(AI) 비서’를 호출해 질문을 던졌다. AI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보통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 소요됩니다”라고 답변했다.
LG유플러스는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통화 애플리케이션 ‘익시오’에 새롭게 적용되는 AI 에이전트 기능을 공개했다. 구글의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를 활용한 기술로, AI가 통화 중 대화 맥락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필요한 답변을 음성으로 제공한다. 통화 앱에 제미나이가 탑재된 건 국내에서 처음이다.
최윤호 LG유플러스 AI 에이전트 추진그룹장은 “통화 도중 휴대폰 화면을 보면서 정보 검색을 하는 고객 수가 하루 평균 135만명에 달한다”며 “익시오와 함께라면 검색을 하기 위해 통화를 끊거나 앱을 전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익시오 AI 비서는 통화 중간 “헤이, 익시”라고 말하거나 화면 버튼을 눌러 호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헤이, 익시. 이번 주말 날씨 알려줘”라고 말하면 AI가 최저·최고 기온과 강수 확률 등을 알려주는 형식이다. 통화 상대방도 동시에 AI의 응답을 들을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익시오 AI 비서의 답변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구글의 최신 LLM 모델 ‘제미나이 2.5 플래시 라이브’를 활용했다. 이상엽 LG유플러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존 LLM을 썼을 경우 AI 호출부터 검색, 정보 제공까지 8초 이상이 소요됐지만 구글의 ‘보이스 투 보이스’ 모델을 적용해 3초로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에도 공을 들였다. AI 호출 이전 대화 내용은 서버에 전송되지 않고 휴대전화에서 처리되는 온디바이스 기반 음성 인식(STT) 기술을 적용했다. 호출 후의 발화 내용만 AI 검색에 활용되는 것이다. 호출 내용을 처리한 이후에는 해당 기록도 서버에서 삭제된다.
LG유플러스는 올 연말까지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모든 익시오 이용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나아가 구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AI가 통화 중 언급된 일정·장소를 기록하고 예약 등을 직접 실행할 수 있는 ‘액셔너블 AI’로 기능을 확장할 방침이다.
최 그룹장은 “고객 반응과 기술 트렌드를 파악해 제휴처를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익시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동남아시아 통신사들과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