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3일 마무리됐지만 대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수능 이후에도 빡빡한 입시 일정이 기다린다. 수능 성적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므로 진학할 대학이 결정될 때까지는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평소 생활 방식을 유지하면서 준비해온 대입 전략을 구체화하라고 조언한다.
가채점 이후 할 일
가채점은 되도록 빠르게 마무리한다. 수험표 뒷면에 자신이 쓴 답을 적어 나왔다면 괜찮지만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정답 여부가 모호하면 틀렸다고 간주해야 전략 수립 때 오차를 줄일 수 있다. 다음 달 5일 수능 성적이 나오기 전까지 가채점으로 산출한 원점수를 토대로 실제 대입에서 활용되는 등급·표준점수·백분위를 추정해야 한다.
등급·표준점수·백분위는 수험생의 상대적 위치를 보여주는 점수다. 게다가 2022학년도부터 국어·수학은 공통과목 점수로 선택과목 점수를 조정하는 복잡한 점수 체계를 쓰고 있다. 수능 직후 가채점으로 중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수험생에겐 ‘불친절한’ 제도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제도 탓보다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는 것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각 학교와 입시 업체 등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먼저 가채점을 통해 수시에서 지원한 대학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최저기준) 충족 여부를 가늠해야 한다. 최저기준 미달이 확실하면 논술·면접 등 대학별고사에서 헛심 쓸 필요가 없다. 다음으로 정시 지원 가능 대학을 추려야 한다. 정시에서 대학이 수능을 반영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 등 4개 영역을 모두 반영하거나 일부만 반영할 수 있다. 영역별로 수능 반영 방법이나 가중치 부여 등 대학마다 점수 산정 방식이 다르므로 꼼꼼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수학 성적이 잘 나왔다면 수학 비중이 높거나 가산점이 많은 곳을 정리해두는 식이다.
이런 작업은 나중에 정시 원서를 낼 때도 요긴하지만 당장은 ‘수시 납치’를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 수시에 지원한 대학 중 어느 한 대학이라도 합격하면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정시 지원 기회는 박탈된다. 예상보다 성적이 좋아 정시에서 대학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데 수시에서 합격하면 잘 받은 수능 점수가 무용지물이 된다. 입시 현장에서는 이를 수시 납치라고 부른다.
가채점으로 예상하는 점수가 높아 정시에서 상향 지원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면 면접 등 대학별고사 응시를 포기해 수시 합격 가능성을 차단한다. 평소보다 성적이 비슷하거나 낮게 나왔는데 최저기준 충족 가능성이 있다면 대학별고사에 집중해야 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시 지원 대학과 정시 합격 가능 대학이 비슷하거나 애매하면 여러 입시 기관에서 나오는 가채점 결과를 종합 분석해야 한다. 본인의 우선순위가 대학인지 학과인지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탐런’ 변수 고려해야
올해 대입의 가장 큰 변수는 사회탐구로 수험생이 쏠리는 이른바 ‘사탐런’이 될 전망이다. 올해 수능 응시원서를 제출한 인원은 55만4174명이다. 사탐 과목만 선택한 수험생은 32만4405명(61%), 과탐만 선택한 인원은 12만692명(22.7%), 사탐과 과탐을 한 과목씩 선택한 인원은 8만6854명(16.3%)이다. 지난해는 사탐 51.8%, 과탐 37.8%, 사탐과 과탐을 섞은 조합이 10.4%였다. 사탐런 현상이 한층 심화된 것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과탐 응시자의 경우 수능 등급 하락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등급은 수험생을 점수로 줄 세운 뒤 일정 비율로 끊어 산출한다. 1등급 4%, 2등급은 11%, 3등급 23% 등이다. 응시 인원 자체가 적으면 상위 등급 인원도 줄어든다.
등급이 중요한 이유는 수시 최저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어·수학·영어·탐구 등급 합 6’이라면 두 영역에서 1등급, 나머지 영역에서 2등급 이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생활기록부나 대학별고사 성적과 무관하게 탈락한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최저기준이 까다롭게 설정돼 있다.
과학탐구 응시자들은 최저기준 ‘허들’만 넘으면 수시 합격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최저기준을 통과한 학생끼리 제한 경쟁을 하는 것이다. 반대로 사탐 응시자의 경우 최저기준 충족 인원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최저기준 충족 인원이 많아지면 실질 경쟁률이 뛰고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이나 대학별고사 등 다른 전형 요소들의 영향력은 커진다.
의대 모집인원 축소도 변수다. 대입의 ‘꼭짓점’에 있는 의대 입시는 연쇄적으로 다른 상위권 대학 입시 결과에 영향을 준다. 의대 입시 결과에 따라 합격자 이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2026학년도에 전국 39개 의대는 지난해보다 1487명 적은 3123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정부가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기 때문이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