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도 지금 상황선 결단해야”… 참모진, 용퇴 건의 중 사표 얘기도

입력 2025-11-13 00:00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 윤웅 기자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 사의 표명은 12일 오후 5시쯤 공지됐다. 이날 오전까지 본인 거취에 대해 묵묵부답이던 노 대행은 대검 참모들의 계속된 용퇴 요구에 끝내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분간 ‘대행의 대행’ 체제 운영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날 하루 연차를 내고 서울 강남 자택에서 거취를 고심했던 노 대행은 이날 출근길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통상의 결재업무를 처리한 노 대행은 사무실로 찾아온 대검 부장검사(검사장급)들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대검 부장들은 “억울하신 측면도 있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결단을 내려주셔야 한다”며 노 대행의 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 대행은 즉답하지 않았다. 그가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일부 간부들은 개별적으로 직접 노 대행을 찾아가 용퇴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이은 설득에도 노 대행의 고심이 길어지자 참모진 사이에서는 더 단호한 방안도 논의됐다. 한 대검 관계자는 “이미 용퇴를 건의 드린 상황에서 노 대행이 결단하지 않으면 우리 참모진이 사표를 쓰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노 대행이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검 부장들은 오후 3시쯤 다시 노 대행을 찾아가 사퇴를 설득했다. 노 대행은 그 직후 대검 대변인실에 사의 표명을 공지하라고 지시했다. 오후 6시쯤 노 대행은 대검 정문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을 피해 지하주차장을 통해 퇴근했다.

노 대행이 사의를 표하면서 검찰총장 대행은 차순길 기획조정부장이 맡게 됐다. 대행의 대행 체제가 현실화한 것이다. 검찰총장과 차장이 모두 공석이 된 사태는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임채진 총장이 사직하고 문성우 대검 차장이 대행을 지내다 퇴임한 뒤 한명관 기조부장이 총장 대행을 맡은 상황이 5일간 이어진 바 있다.

대행의 대행 체제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먼 얘기인 듯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문제는 대통령이 결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다만 법무부가 조만간 후속 인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 최대 검찰청 수장인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도 이번 사태로 사의를 표명한 상황인 데다 혼란스러운 조직 분위기를 서둘러 수습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서현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