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광화문 글판이 전한 희망 메시지

입력 2025-11-14 00:02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외벽에 걸리는 광화문 글판. 1991년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처음 설치된 뒤 올해로 35년째를 맞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30자 남짓의 글귀는 지나는 이들이 잠시 멈춰 일상의 위로와 희망을 얻는다.

광화문 글판의 첫 글귀는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 활력을 다시 찾자’였다. 표어와 격언 등이 이어지던 메시지는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변신을 한다. 98년 2월 고은의 시 ‘낯선 곳’의 일부인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의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라는 글귀가 걸리면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국내외 대표 시인들의 글귀가 광화문 글판을 채우고 있다.

가끔 대중문화와 함께 호흡하며 특별판이 제작되곤 한다. 올해 5월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 속 내레이션 ‘아빠의 겨울에 나는 녹음이 되었다. 그들의 푸름을 다 먹고 내가 나무가 되었다’라는 글귀가 대표적이다. 광화문 글판의 역사를 담은 책에는 계절별로 선별한 광화문 글판에 실린 글의 원문을 담았다. 한 권의 시선집으로도 손색이 없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