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1%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실업률 역설’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실업률은 2.4%로 전체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2.4%는 한국은행이 내부 추산한 자연실업률보다도 낮은 것으로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깝다.
한국 경제가 연 1% 성장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취포자’(취업포기자) 증가, 청년의 일자리 시장 진입 시기 지연 등이 골고루 작용하면서 통계의 착시 효과가 일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심층적 원인 분석을 통한 고용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OECD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한국의 실업률은 2.4%로 OECD 38개 회원국 중 일본(2.3%)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이달 기준 실업률은 더욱 낮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데이터처가 이날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2.2%로 7월보다 0.2% 포인트 더 하락했다. 7~10월 실업률은 2.0~2.4%를 오갔다.
이는 완전 고용에 가까운 수치다. 한국은행은 내부 추산을 통해 수요·공급이 균형점을 이루는 상태인 자연실업률을 2% 후반에서 3% 수준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업률이 이를 밑돌면 고용정책 필요성이 없는 완전 고용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
실업률만 놓고 보면 고무적이지만 정부와 국책 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0.9%로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현실과 수치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 일종의 착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실업률에 계산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한 점을 꼽을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는 지난달 258만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5000명(5.5%) 늘었다. 그만큼 많은 인원이 실업률에 포함되는 경제활동인구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는 특히 청년층에서 두드러진다. 30대 쉬었음 인구는 33만4000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10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대 이하 청년은 그 규모가 더 크다. 15~29세 청년 중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소폭 줄어든 40만9000명이지만 여전히 40만명을 웃돌고 있다.
이는 청년층 실업률 국가 간 비교에서도 두드러진다. OECD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한국 15~24세 실업률은 5.91%로 일본(4.30%) 멕시코(5.40%) 이스라엘(5.90%)에 이어 네 번째로 낮다. 국가데이터처 집계상 15~29세 고용률이 지난달까지 18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과 상반되는 상황이다. KDI는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청년층을 중심으로 구체적 사유 없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가 증가한 것이 기술적으로 실업률 지표 하락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청년층이 실업률 통계에서 배제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 20대 이하 청년층의 경우 첫 일자리를 찾는 시기가 추세적으로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 대기업을 비롯해 소위 '질 좋은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보니 대학원 진학 등 학업 기간을 늘려 사회 진출을 늦추는 경향이 일반화한 지 오래다. 김지연 KDI 전망총괄은 "첫 취업이 늦어지고 생산가능연령층 내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공미숙 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경력직 위주 채용, 수시 채용이 청년 고용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경기 악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과 중소기업의 고용 여건이 좋지 않다. 20, 30대의 취업 의욕이 꺾일 수 있는 것이다. 인구 구조 역시 문제다. 공 국장은 "청년층이 많이 종사하는 산업인 제조업 분야 업황이 좋지 않은 영향도 있다"며 "결혼·출산 감소 등 인구구조 및 생애주기 변화가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간 정부의 고용 정책이 고령 일자리 정책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청년층이 소외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망총괄은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산가능연령 인구의 근로 의향까지 떨어지는 건 노동 투입 감소를 심화시켜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더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정부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8월 청년미래적금 신설, 구직촉진수당 상향을 비롯해 9월에는 쉬었음 인구를 줄이기 위한 제도인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내놓았지만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현 정부 들어 고용노동부가 약칭을 고용부에서 노동부로 바꾸고,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개칭하며 고용보다 노동에 집중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 아래 고용 취약계층 고용 여건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이누리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