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여러 규제에도 공급 부족·금리 인하 전망에 따라 자산가치가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쏠림에 따른 집값 양극화 역시 심화하며 집값 부담으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하는 ‘탈서울’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1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거주자가 매수한 경기도 내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은 3704건으로 집계됐다. 전월(3624건)보다 2.2%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10월 거래분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2000건대를 유지해왔던 경기도 집합건물 매수 건수는 6월 이후 3500건 안팎으로 늘었다. 국가데이터처의 국내인구이동통계를 봐도 매달 2만5000명 안팎의 인구가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동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동도 있었지만, 서울의 전출 인구가 매번 더 많았다. 서울을 떠난 사람들은 ‘주택’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탈서울 행렬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 향후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경기 일대 택지개발과 3기 신도시 본격 개발로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공급되고,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을 통해 도심과의 접근성도 좋아지고 있다. 서울에 인접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패턴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매매가와 전월세 가격 부담, 최근 이어진 대출 규제 영향으로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 이런 움직임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값 격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0월 기준 서울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33억4409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처음으로 30억원을 기록한 뒤 5개월 새 3억원 이상이 올랐다. 반면 하위 20%인 1분위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4억9536만원으로 같은 기간 500여만원이 올랐다.
고가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의 5분위 배율(상위 20%를 하위 20%로 나눈 값)은 6.8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치다. 수도권 아파트 간 가격 격차는 더 컸다. 10월 수도권 아파트의 5분위 평균 가격은 20억1596만원인 반면, 1분위는 2억2976만원으로 그 격차가 8.8배에 달했다. 지난달 기준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14억6000여만원, 경기는 5억7000여만원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탈서울 내 집 마련’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부동산을 ‘우량주와 비우량주’의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화하고 있어 집값 양극화는 불가피하다. 탈서울 흐름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