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사의… 檢 초유 ‘대행의 대행’ 체제

입력 2025-11-12 18:57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책임론이 불거진 노만석(사진)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 차장)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일 항소 포기 결정이 있은 지 닷새 만이다. 전날 연차를 내고 거취를 고심했던 노 대행은 이날 대검 참모들로부터 잇달아 사퇴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검찰 내 집단 반발이 ‘검란’ 수준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결국 사퇴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금일 노 대행은 사의를 표명했다.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노 대행은 이날 대검찰청 부장들과 잇달아 회의를 열고 사태 수습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부장들은 오전 회의에서 사태 수습을 위해 노 대행이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노 대행은 이 회의에서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노 대행이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검 부장들은 오후에 재차 노 대행을 찾아가 용퇴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행의 사의 표명은 이 직후 이뤄졌다. 대검 부장은 검사장급으로 노 대행의 핵심 참모진이다. 이들은 지난 10일에도 노 대행에게 사퇴 요구를 전달한 바 있다. 앞서 평검사인 대검 연구관들도 노 대행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지검 검사장 18명은 항소 포기 결정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 대행은 대장동 1심 선고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해 현 ‘검찰 1인자’인 자신의 사퇴론이 불거지자 거취에 관해 고심해 왔다. 여권에서는 노 대행이 물러날 이유가 없다는 강경론이 우세했다. 노 대행은 그동안 항소 포기 결정을 내린 경위를 설명하는 데 주력해 왔다. 앞서 노 대행은 지난 10일 대검 소속 과장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통화에서 ‘수사지휘권’까지 언급하는 등 압박이 있어 항소를 포기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정도의 얘기를 했다”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입장과 노 대행의 해명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노 대행은 사의를 통한 사태 수습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노 대행이 버티게 되면 검찰과 법무부 간 전면전으로 사태가 치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노 대행이 더 버티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행의 사표가 수리되면 검찰은 초유의 ‘대행의 대행’ 체제로 당분간 운영될 전망이다. 노 대행이 물러나면 차순길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검찰 내에서는 노 대행 사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검찰개혁의 향후 설계 과정에서 검찰의 목소리가 더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