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가 떨고 있다. 대대적인 내란 청산 작업에 집중 점검 대상이 된 부처들은 사실상 ‘적폐청산 시즌2’라며 혼란스러워하고, 비대상 부처 공무원도 혹시 모를 불똥을 우려하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외교·안보부처에서 4급 서기관으로 근무 중인 한 직원은 12일 “지난 정부에서 주요 업무를 맡았던 사람은 걱정이 많다고 들었다”며 “분위기가 많이 뒤숭숭하다”고 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적폐청산 TF로 홍역을 치렀던 것처럼 이번에도 일부 부처는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군과 검·경,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외교부, 국방부 등 집중 점검 대상으로 지정된 12개 기관은 조사가 이어지는 내년 1월 31일까지 두 달여간 잔뜩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와 특검 수사로 고초를 겪은 군은 다시 한번 행정적 부담이 예상된다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조사 대응팀을 구성해 자료 정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인데 반복된 작업 탓에 조직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았던 소방청은 불편함을 내비쳤다.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집중 점검 대상이 된 이유를 모르겠다는 분위기다. 소방청 한 관계자는 “현재 사고 현장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TF와 관련해 뭔가를 준비할 여력은 없다”며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기재부 역시 집중 점검의 대상과 강도를 둘러싸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조사 대상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걱정만 키우고 있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어느 직급까지 어떤 조사가 이뤄질지 내부에서도 추측만 분분한 상황”이라며 “내년 조직 분리를 앞두고 가뜩이나 어수선한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박성재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법무부와 비상계엄 당시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지 않았던 검찰도 향후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도 혼란스럽다. 명령에 따랐을 뿐인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 한 경정급 경찰은 “당시 기동대원은 국회 앞에 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조사 대상이 된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정확한 상황도 파악 못한 채 상부 지시에 따른 하위직 경찰들이 내란에 가담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다. 이상민 전 장관이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에 연루된 만큼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행안부 관계자는 “TF 지침이나 기준이 내려오면 맞게 조치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비상계엄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처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통일부는 국가안보실 파견 등 지난 정부에서 역할을 한 일부 직원이 조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예술종합학교는 비상계엄 당일 즉각적인 출입 통제가 이뤄졌던 만큼 지시 주체에 대한 논란이 있고, 한국정책방송원(KTV)은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전달받고 방송을 준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승진 대상자인 한 세종 근무 5급 사무관은 “비상계엄과 연관이 없지만 인사가 늦어지면서 괜히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준상 황인호 조민아 기자, 세종=양민철 기자, 맹경환 선임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