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정원장으로서 직무를 이행하지 않고 정치 중립을 지키지 않은 혐의 등을 받는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12일 구속됐다. 내란 특검이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정부 주요 인사를 구속한 건 지난 8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후 두 번째다. 특검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체포한 후 내란 선동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2021년 1월 개정된 국정원법이 시행되면서 ‘국정원장에게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는데, (조 전 원장 구속은) 보고 의무를 위반한 것을 직무유기로 의율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장의 의무를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조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은 지난 7일 조 전 원장에 대해 정치관여 금지의 국정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원장은 비상계엄 선포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계획을 알았고, 계엄 선포 뒤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등을 보고받았지만 이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 국정원장으로서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증언을 하고 허위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 등도 있다.
조 전 원장 구속으로 한 달가량 남은 특검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3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두 번째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고, 계엄 해제 방해 의혹을 받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영장 심사도 조만간 진행된다. 앞서 특검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 전 장관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다.
특검은 황 전 총리에 대한 압수·체포영장을 집행하고 황 전 총리 조사를 진행했다. 박 특검보는 “특검이 총 세 번 출석 요구를 했고, 출석요구서 수령을 모두 거부해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곧바로 황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그가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알면서도 계엄 선포를 지지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려 내란 선동을 시도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황 전 총리의 영장실질심사는 13일 박정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