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미 해군 제럴드포드함을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배치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마두로 대통령은 정규군과 민병대에 대한 대규모 군사 동원령을 내렸다.
미 해군은 1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제럴드포드 항모 전단이 미 남부사령부 작전구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미 남부사령부 작전구역에는 멕시코 이남 중남미 지역과 주변 해역, 카리브해가 포함된다. 해군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초국가적 범죄 조직을 해체하고 마약 테러 대응을 통한 본토 방위를 지원하도록 항모 전단에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제럴드포드함은 2017년 취역한 최신예 항모다. 수십대의 전술 항공기를 탑재하고 승조원 4000명 이상이 탑승할 수 있는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제럴드포드함과 함께 9개 비행대대와 유도 미사일 구축함, 미사일 방어 지휘함 등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파견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제럴드포드함의 이번 전개로 푸에르토리코에 주둔한 다른 전투함, 핵추진잠수함, 항공기들과 함께 역내에서 수십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미군 전력이 구성됐다”며 “이는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최대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는 정규군과 민병대, 무기 체계를 총동원하는 ‘전면 작전 준비 태세’를 발표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은 “육·해·공군과 예비군이 12일까지 군사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며 “미국의 군사력 집결이 초래한 제국주의적 위협에 따른 대응”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규군은 약 12만3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번 훈련에는 정규군 외에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창설한 ‘볼리바르 민병대’가 참여한다. 마두로 대통령은 자국 내 민병대가 450만명 규모라고 주장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미군이 공격에 나서면 베네수엘라군이 전력 차이를 고려해 게릴라 전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네수엘라군은 수십년 된 러시아제 구식 장비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마약을 밀수하는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을 테러단체로 지정한 뒤 미군 전력을 카리브해로 파견해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을 격침해 왔다. 지난 9월부터 19차례 이뤄진 이 공격으로 최소 76명이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 중앙정보국(CIA)의 베네수엘라 내 비밀 작전 수행을 승인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진짜 목적은 마두로 대통령 축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4일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3가지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 군사시설 폭격과 핵심 기반시설 점령, 특수부대를 통한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