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2일 장중 1470원을 터치하며 1500원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종료 기대감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했고 ‘서학개미’와 수입 업체의 달러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4원 오른 1465.7원에 주간거래(오후 3시 30분)를 마쳤다. 오후 12시 1분에는 147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1470원대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직후인 4월 10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미국과 일본의 상황 변화가 원·달러 환율을 끌어 올렸다. 미국의 역대 최장 연방정부 셧다운 해제 절차가 마무리 국면에 돌입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후 99.61까지 올랐다. 9월 16일(96.63)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달러 환율 상승도 영향을 줬다. 원화와 엔화는 높은 상관관계로 동조화되는 성향이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재정 건전성보다 경기 부양을 우선하겠다고 시사하면서 엔·달러 환율 상승에 힘을 더했다. 재정지출 확대 기대는 통화가치 하락(엔화 약세)으로 이어졌고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줬다.
대내적으로는 수출기업들이 달러를 쥐고 있는 상황이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라며 “환율 추가 상승 전망과 향후 미국 투자 계획 등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학개미의 미국 투자 수요도 주 원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환율과 관련해 “시장이 불확실성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한다”며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과도하게 움직일 때는 개입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또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선 “우리의 공식 입장은 통화 완화 사이클 유지”라면서도 “금리 인하 규모와 시기, 방향 전환 여부는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으로 10년물 금리가 장중 3.3%까지 오르는 등 국고채 금리가 크게 상승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