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금융사 임직원의 ‘묻지 마 보수 수령’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사 임직원의 과도한 단기 수익 추구를 막겠다”면서 “임원에 대한 개별 보수 공시와 세이 온 페이(Say-on-pay), 클로백(Clawback) 등을 종합적으로 (도입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사 임원이 받는 성과급 등 보수는 총액을 기준으로 공시되는데, 이를 개별 임원이 어떤 명목으로 얼마나 받아가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세분화하겠다는 것이다. 세이 온 페이는 임원의 보수 계획을 기업이 주주 총회에서 주주에게 심의받는 제도다. 클로백이 도입되면 임원이 회사에 손실을 입히거나 비윤리적인 언행을 해 명예를 실추시키는 경우 성과급을 삭감하거나 기지급한 것을 환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제도는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 당시 막대한 손실을 낸 임원이 성과급을 받아 챙긴 모순적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등 주요국에서 도입됐다. 금융위도 2018년 관련 법안을 마련해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아 폐기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최근 빚투(빚내 투자하는 것) 목적으로 추정되는 신용대출 증가세가 가계부채 건전성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신용대출은 9월 마이너스(-)였다가 10월에 1조원 정도 늘었다.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상급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해서는 “(10·15) 대책이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므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가계부채 등 상황을 보며 관계 부처와 협업하겠다”고 말했다. 규제 지역을 입맛대로 묶기 위해 통계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의혹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서울 강남 아파트 ‘갭 투자’에 대한 지적에는 “공직자로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사려 깊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최근 여러 금융지주사가 생산적 금융 이행 계획을 내놓는 데 대해서는 “단순히 양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게 시스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모험 자본) 위험 가중치 조정 등 애로가 있는 부분은 더 적극적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에 대해서는 “(제1호 투자 사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에서 더 빨리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