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선물도 변했다… 떡·엿 대신 상품권·현금

입력 2025-11-13 00:05
수험생들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2일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서울 은평구 은평고등학교를 나서고 있다. 올해 수능은 이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기록한 2007년 태어난 '황금돼지띠' 고3 학생과 재수생 등을 합쳐 55만4174명이 시험을 치른다. 권현구 기자

수험생 조카를 둔 안모(40)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선물을 고민하다 최근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했다. 안씨는 12일 “떡이나 초콜릿 대신 실용적인 상품권을 선물했다”며 “대학생이 된 뒤 본인이 필요한 옷과 신발을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모(56)씨는 수능을 앞둔 아들에게 현금을 건넸다. 한씨는 “초콜릿은 이미 지인들한테 많이 들어와서 아들이 현금이 제일 낫다고 하더라”며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게 결국 좋은 선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통적인 수능 선물의 상징이었던 찹쌀떡이나 엿보다는 기프티콘과 현금 등을 보내는 게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실용성과 수험생 본인 의견을 중시하는 선물 문화가 중요해진 탓이다.

이날 서울 용산구의 한 고등학교 인근 A떡집에는 수능 맞춤 떡 세트가 보이지 않았다. 가게 주인 김모(50)씨는 “수능 떡은 예약주문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다”며 “하루에 한두 건 문의가 들어오지만 옛날보다 찾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B떡집도 사정은 비슷했다. 70대 사장 이모씨는 “수능 떡을 찾는 손님이 작년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요즘 워낙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보니 떡을 찾는 사람이 없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수험생들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이 실시된 12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수험번호와 시험실을 확인하고 있다. 올해 수능은 13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진행된다. 권현구 기자

카카오커머스에 따르면 수능 시즌 교환권 순위 1위는 스타벅스 등 카페 교환권이다. 이어 상품권, 치킨, 패션·뷰티 이용권, 베이커리 순이다. 수능 시즌 배송상품 순위 1위는 초콜릿으로 집계됐다.

힘든 시험을 치르고 난 뒤 자유여행을 권하는 취지에서 항공권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에 사는 고등학생 심모(18)군은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제주 항공권을 선물받았다. 심군은 “수능 끝난 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라고 이모가 선물로 줬다”며 “떡 등 먹거리보다 이런 기프티콘이 훨씬 실용적이고 받았을 때 기쁘다”고 전했다. 고등학생 정모(18)양은 “좋아하는 아이돌이 광고하는 명품 립스틱을 수능 선물로 받고 싶어서 해당 제품에 하트를 눌러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능 선물도 실용성과 개인맞춤형으로 트렌드가 바뀌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진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요즘 10대는 실용성과 실질적 가치를 철저히 따지는 세대”라며 “과거엔 찹쌀떡·엿 등과 같은 선물이 상징적·집단적 의미가 있었다면 이제는 개인 맞춤화 기반의 선물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유경진 차민주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