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국내 시장 아성이 점점 견고해지고 있다. 올해 두 회사의 내수 점유율이 90%를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된다. 3년 연속 압도적 시장 지위를 이어갈 전망이다. 경기 둔화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도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친환경차 라인업이 판매를 견인하며 현대차·기아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 1~10월 누적 기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의 국산차 내수 점유율은 91.9%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58만9280대(점유율 51.9%), 기아는 45만3943대(40.0%)를 판매했다. 반면 르노코리아는 4만3925대(3.9%), KG모빌리티(KGM)는 3만4469대(3.1%), 한국GM은 1만2979대(1.1%)에 그쳤다. 완성차 5개사 총판매량 113만4596대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10대 중 9대를 차지한 셈이다.
현대차·기아의 내수 점유율은 수년째 상승세다. 2020년 83.4%였던 점유율은 2021년 88.0%, 2022년 88.6%, 2023년 91.4%로 매년 올랐다. 지난해 91.8%에 이어 올 10월 기준 누적 91.9%를 기록하며 3년 연속 90%대 달성이 거의 확정됐다.
수입차를 포함한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2023년 73.1%, 지난해 74.1% 이어 올 10월 기준 74.3%로 증가했다. 국산차 시장을 넘어 전체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기아가 녹록잖은 시장환경에도 점유율 꾸준히 확대하게 된 배경에는 국내 시장 위축, 친환경차 수요 증가, 전기차 시장 주도 등이 지목된다. 국내 시장이 경기 둔화로 축소세인 게 현대차·기아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현대차·기아로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같은 경우 국산차 판매량이 약 135만대로 전년 대비 약 6% 감소했다.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하이브리드 중심의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도 점유율을 이끌었다. 지난해 기준 하이브리드차는 전체 판매 차량의 약 30%, 친환경차의 76%를 차지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그랜저, 팰리세이드, 쏘렌토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판매를 확대했다. 그러나 르노코리아와 KGM은 뚜렷한 반등을 보이지 못했다. 한국GM은 친환경차 라인업이 사실상 부재하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각각 ‘아이오닉’과 ‘EV’ 시리즈를 중심으로 시장을 선도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축소에도 현대차와 기아의 독주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 투입과 친환경차 강화 없이는 내수 시장에서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