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직자의 12·3 비상계엄 불법행위 가담 여부를 조사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한 데 대해 범여권에서조차 “과하다”는 뒷말이 나온다. 49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전수조사 범위, 업무용 PC와 개인 휴대전화 제출을 강요하는 이례적인 방식 모두 역대 정권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직사회 편가르기를 하는 탓에 정치적 중립과 신분 보장으로 대표되는 직업공무원제가 한계에 달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민석 국무총리 제안으로 국무총리실이 가동키로 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신상필벌’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내란 전후로 검찰이나 행정안전부, 국방부, 외교부 등 움직임을 보면 실제 굉장히 의심 가는 일이 많다”면서 “헌법 정신에 어긋난 권력 남용에 동조했거나 실행에 가담한 헌법 파괴 행위를 청산하고 신상필벌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비상계엄 당시 위법·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장병에 포상, 조기 진급 등 후속 조처를 한 것처럼 내란에 항명한 공직자에게는 인사상 이익도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6선 중진 조정식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내란 후유증도 극복해야 하고, 내란 가담 정도에 대한 경중을 가려내면서 적절히 인사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시마다 반복되는 공직자 책임 전가 수위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범여권에서 폭넓게 나온다. 국무총리실 민정실 출신 여권 인사는 “군과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만 대상으로 조용히 조사하면 될 일을 일반 부처까지 전수조사하는 건 과하다”면서 “공직사회에 평지풍파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민주당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도 “박근혜정부 때 일 잘한 공무원은 문재인정부 때도 일 잘하는 에이스로 통했다”며 “특검이 놓치는 부분을 (정부가) 직접 조사하겠다는 것인데 정파성이 없는 일반 공무원 입장에선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내란 가담 공무원에 관한 투서가 쏟아진다는 정부 설명에도 그는 “(굳이 내란이 아니더라도) 인사철만 되면 투서가 1000장씩은 날아왔었다”며 선을 그었다.
전 행안부 고위 관료는 “장관으로부터 전화 한 통, 쪽지 하나 받았다고 공직자를 잠재적 내란 세력으로 모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정권 따라 의도적 물갈이 방식이 과격해지면서 직업공무원제에 대한 심각한 변곡점이 온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국민의힘은 ‘헌법파괴 내란몰이 TF’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희정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아무 권한 없이 공무원을 샅샅이 뒤지면서 공안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49개 중앙행정기관에 500명을 동원해 들추자는 건 실제로 계엄에 가담한 사람이 없음에도 ‘야, 우리한테 밉보이면 안 돼’라는 사인을 주는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