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세 세계 최고령 저자 “정신은 늙지 않아”

입력 2025-11-13 01:21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김형석, 백 년의 유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9월 외손녀의 신청으로 ‘103년 251일’ 세계 최고령 저자로 기네스북에 공식 등재됐다. 연합뉴스

“사람이 언제 늙느냐, ‘이젠 나 늙었구나’ 생각할 때 늙습니다. 정신은 늙지 않아요.”

1920년 4월생으로 만 105세이자 흔히 세는 나이로 106세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내가 살아보니 100세는 아무것도 아닌 듯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에세이 ‘김형석, 백 년의 지혜’를 펴내 ‘세계 최고령 저자’로 기네스북에 오른 김 교수는 올해 한 권의 책을 더 썼다. 이날 간담회는 신간 ‘김형석, 백 년의 유산’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김 교수는 “사람은 인격이 있어야 존경을 받는다”며 “인격을 갖추려면 ‘인간다운 인간’이 돼야 한다는 인생의 깨달음을 담은 책을 출간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건강 비결에 대해 “내 주변에 100세 넘은 친구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남 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남을 욕한다는 건 감정적 에너지를 쏟는 것인데 윗사람이 화를 내면 아랫사람이 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늙어서 일이 없으면 빨리 죽게 된다. 젊게 산다는 건 정신적으로 늙지 않는 것인데, 독서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굴곡진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김 교수에게 나라다운 나라는 무엇일까. 그는 “백 년을 살아보니 나라다운 나라는 권력이 아니라 법이 지배하는 나라”라며 “더 나아가 정신적 가치와 질서가 지배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기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며 “사회는 항상 경쟁하되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나보다 앞선 사람에게 박수 칠 줄 알고, 나보다 못한 사람은 함께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관한 소견도 밝혔다. 그는 “AI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복종할 필요는 없다. AI 시대에도 인간이 지켜야 할 것은 언제나 진실을 추구하고, 선과 악을 구분하며, 인간이 주인임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를 마치며 그는 “나는 주어진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스스로 선택한 일보다 맡겨진 일을 성실히 하는 게 내 원칙이었다”고 말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