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를 마치고 식당이나 선술집에서 저녁거리를 사 가거나 끼니를 때운다. 허름해 보이는 공동 주택이라도 도심에 가까울수록 거주비가 비싸다. 같은 직종에 종사하거나 취향과 사상이 비슷한 이들끼리 모여 휴일을 보낸다.
흡사 현대인의 초상 같지만 이는 로마제국 주요 도시에서 생활했던 1세기 근로자의 삶을 묘사한 것이다. 이탈리아 폼페이와 오스티아, 튀르키예 에베소 등 당대 대도시엔 오늘날 아파트처럼 ‘인술라’란 공동주택이 다수 들어섰다. 제국 수도인 로마에 가까운 인술라일수록 비용이 많이 들었다. 이들은 도시마다 있는 ‘콜레기아’란 조합에 가입해 일 없는 날 조합원들과 만나 포도주와 빵을 먹곤 했다.
영국 런던바이블칼리지와 스펄전 칼리지에서 초기 바울 공동체 연구로 신학 석사 학위를 받은 저자가 1세기 사회사(社會史)를 알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전직 금융 전문기자란 독특한 이력을 지닌 그는 “기원후 30~60년 로마 주변 도시에 살다 초기 기독교에 합류한 평범한 남녀의 일상”을 실감 나게 구현해낸다. 저자가 이런 시도를 한 건 “(성경의) 여백을 채우기 위해서”다. 신약성경의 사도행전과 각종 서신서에는 사도 바울을 비롯한 초기 기독교인이 몸담았던 이 시대 생활상이 자연스레 녹아있어서다.
당시 로마 근교 도시민의 생활엔 현대인의 삶과 맞닿는 구석이 꽤 있었다. 달리기 등으로 단련한 운동선수 건강미를 칭송하는 것도 요즘과 비슷하다. 선수들은 당대에도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절제된 식단을 유지했는데, 이를 감내하고 경기에서 승리하면 부와 명예,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 등 각종 서신서에서 경주 관련 비유를 자주 한 것도 이런 맥락이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전 14:34)는 본문도 당대 사회상에 비춰 해석한다. 저자는 바울이 기도와 예언을 하는 여성(고전 11:2~16)을 설명한 뒤 이 논의를 펼친다면서 “여성이 모임에서 역할을 맡는 걸 금지하는 본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어 “1세기 조합 운영 법칙이 담긴 다수의 명문(銘文)을 보면 상대의 말을 경청치 않고 말하는 이들을 좋지 않게 평가한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바울이 염두에 둔 건 교회에서 모임과 상관없는 질문을 남편에게 던지는 기혼 여성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외에도 육체노동을 천시하는 사회에서 식자층인 바울이 천막 노동을 한 이유 등 신약성경의 배경을 파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양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