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마을·나미나라 공화국… 호반 수놓은 동화 같은 풍경

입력 2025-11-13 02:04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청평호 주변에 자리 잡은 쁘띠프랑스와 이탈리아마을. 에펠탑과 거대한 피노키오 조형물, 유럽풍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채화 같은 이국적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청평호는 인공호수다. 북한강을 가로질러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조성됐다. 호수 물빛과 주위 산이 빚어내는 경치가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호수 주변에 볼거리가 다양해 가을철에는 감성 가득한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수채화 같은 가을 정취 속을 거닐 수 있다.

‘한국의 유럽 마을’ 쁘띠프랑스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청평댐 왼쪽 호반을 따라가면 왼쪽 언덕에 이국적인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국의 작은 프랑스로 불리는 쁘띠프랑스와 중세 고성 및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본뜬 건물 등을 갖춘 ‘피노키오와 다빈치’다. 프랑스의 상징 에펠탑도, 거대한 피노키오 조형물도 있다.

쁘띠프랑스는 어린왕자와 프랑스 전원마을을 테마로 자연 속에 그림처럼 자리 잡은 복합 문화 테마파크 공간이다. 19세기 프랑스 가옥을 그대로 옮겨와 재현한 ‘프랑스 전통주택 전시관’, 프랑스 벼룩시장 분위기를 재현한 ‘골동품 전시관’, 유럽 인형 300여 점이 전시된 ‘유럽인형의 집’ 등을 갖춘 동화 같은 공간이다. 어린아이들의 감성 자극제 오르골 등을 소재로 공간도 매력적이다.

쁘띠프랑스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널리 알려졌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폭군의 셰프’ 첫 회분도 쁘띠프랑스, 피노키오와 다빈치 등에서 촬영됐다. 원색의 지붕과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작품 사진을 건지기에 좋다. ‘피노키오와 다빈치’에는 피노키오관, 다빈치관 등 이국적 건물에 이탈리아 골동품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가을, 유럽 마을에서 만나는 레트로 여행’을 주제로 11월 말까지 이탈리아 마을 ‘피노키오와 다빈치’와 함께 ‘유럽 마을 레트로 페스타’가 열리고 있다. 전시, 체험, 공연 등 여러 행사를 즐길 수 있다.

축제 기간 매일 해외 초청 마임 공연팀 ‘구스따뽀 & 허니’가 두 마을을 오가며 독창적인 퍼포먼스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쁘띠프랑스에서는 앤티크·유럽 인형 전시, 오르골 시연, 어린왕자 의상 체험 등을 통해 가족과 연인들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이탈리아 마을 ‘피노키오와 다빈치’에서는 베네치아 가면 전시와 체험, 레트로 유럽거리 ‘제페토 골목’을 감상할 수 있다. 미니카, 축음기, 고미술품 전시도 더해져 고전적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류 열풍의 여행 명소, 남이섬

메타세쿼이아와 은행나무 숲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가을 정취를 선사하는 남이섬.

쁘띠프랑스를 지나면 남이섬으로 이어진다. 과거 홍수로 주변 지역이 물에 잠길 때만 섬이 되는 반쪽짜리 섬이었지만 청평댐 건설로 진정한 섬이 됐다.

남이섬이라는 지명은 남이장군의 묘소로부터 유래하였다고 전해진다. 과거 앞섬이라는 뜻의 ‘남섬’이라고 불렸는데, 구전되는 과정에서 섬 어딘가에 남이장군의 묘소가 있다 하여 남이섬으로 불리게 됐다. 섬 북쪽에 남이장군의 가묘가 있다. 실제 묘는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이섬은 1960년대부터 관광지로 개발돼 종합휴양시설로 성장했다. 사계절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던 남이섬은 2002년 한류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일본 등 아시아 관광객의 여행 명소로 부상했다. 상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는 의미의 ‘나미나라 공화국’이라는 브랜드도 있다.

남이섬은 행정구역상 강원도 춘천시에 속하지만 가평군 쪽에서 드나든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거나 집라인을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배로 5분 남짓 걸린다.

가을철 남이섬에서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 메타세쿼이아 길과 은행나무 길이다. 자전거를 빌려 타거나 강변을 산책하면 가을 한복판으로 다가갈 수 있다.

재즈페스티벌과 캠핑장, 자라섬

산책이나 캠핑을 즐기기 좋은 자라섬.

남이섬을 지나면 이내 재즈페스티벌과 캠핑장으로 유명한 자라섬이 나온다. 북한강이 가평 초입에 이르러 속도를 늦추면서 만든 반달 모양의 섬이다. 자라의 목처럼 생겨 이름을 얻었다. 과거 중국인 몇 명이 농사를 짓고 살아 중국섬이라고도 불렸다. 비가 내리면 섬 일부가 물에 잠기는 곳으로 개발이 되지 않았다가 국제 재즈페스티벌이 열리면서 다양한 페스티벌이 열리는 축제의 장이자 가평의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캠핑장을 지나 강변까지 가면 쉼터다. 물길 옆으로 벤치도 있고 물 위로 놓인 산책로도 있다. 잠깐 쉬어가기 좋다. 꼭 캠핑을 하지 않아도 느긋하게 가을을 즐길 수 있다.





가평·춘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