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란 협조 조사 TF, ‘공직사회 블랙리스트’ 시비 우려된다

입력 2025-11-12 01:30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정부가 12·3 비상계엄에 협조한 공직자들을 색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년 2월까지 가동하기로 했다. 조사 대상은 49개 중앙행정기관이다.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로 명명된 기구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제안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힘을 실었다. 김 총리는 “내란 관여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이나 행정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문책이나 인사 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내란 협조자들을 찾아내겠다는 취지 자체를 나쁘다 할 수 없다. 진짜 협조했다면 끝까지 책임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자체 조사로 내란 공직자들을 걸러낼 경우 자의적 판단이라는 시비와 함께 자칫 ‘제2의 블랙리스트’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우선 정부가 무슨 잣대로 공직자들의 내란 참여 또는 협조를 판단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계엄과 관련해선 특검이 이미 광범위하게 수사를 벌이고 있고, 계엄을 방조하거나 협조한 이들은 속속 사법처리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조사 대상은 이미 명백한 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장·차관이나 기관장, 장성들 이외의 공직자들일 텐데, 그들의 행위를 어디까지 협조로 보고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릴 것인지 불분명하다. 또 계엄 당일 장관들조차 계엄이 선포되는지 몰라 허둥지둥 하는 모습이었고 마지못해 지시를 따르는 듯 보였다. 그런데 그 밑에 공직자들이 장관 지시 또는 계엄 선포에 따른 자동적 행정 조치를 검토·이행했다고 처벌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얼마나 적극적 이행이냐, 아니냐는 판단 역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시비를 낳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TF를 두고 벌써부터 ‘적폐청산 시즌2’니, 이명박정부의 진보 진영 문화계 인사 탄압용으로 활용된 문화계 블랙리스트처럼 ‘공직사회 블랙리스트’로 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또 이재명정부가 내란 협조 색출 작업을 해 불이익을 주고 인사에 반영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공무원들을 줄 세우기 하는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앞으로 TF를 가동할 때 이런 지적들을 명심해 불필요한 시비나 공직사회 내 동요가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아울러 ‘특검 블랙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지난 수개월간 내란 수사 여파에 온 사회가 빨려들어갔는데, 이번 정부 조사만큼은 꼭 필요한 영역에 한해 신속하게 이뤄져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