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만공사(BPA) 명칭을 둘러싼 경남도와 부산시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항만과 항만공사의 명칭에 대한 두 지자체 사이의 갈등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한 난제로 남아있다. 경남도는 최근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부산항만공사(BPA)를 상대로 ‘부산경남항만공사’로의 명칭 변경과 항만위원회 위원 수 조정을 공식 요청했다.
부산항만공사를 부산경남항만공사로
진해신항과 부산신항 논란은 진해신항이 부산신항과 구분되는 별도의 신항으로 조성되면서 불거졌다. 관리·운영 주체인 부산항만공사 명칭과 관할권 등을 놓고 이해관계가 얽혀버렸다. 경남도는 정부를 상대로 명칭 변경 등을 요구하는 한편 부산시와 협의를 지속했지만 오히려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
경남도는 진해신항이 기존 부산신항(제1신항)과 함께 ‘부산항 신항’의 일부로 개발되고 있지만, 진해신항 전체가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운영주체인 항만공사의 명칭변경 요구는 당위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경남도 추천 BPA 항만위원회 위원 수 역시 1명에서 부산과 동일하게 2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명균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지난달 송상근 BPA 사장을 만나 ‘부산경남항만공사’로의 명칭 변경 등을 공식 요청했다. 도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경남항만공사’를 따로 설립하겠다면서 압박에 나섰다. 총사업비 15조1000억원이 투입되는 진해신항은 지난 8월 공사에 들어갔다.
부산 논리… ‘BPA는 브랜드’
부산시를 비롯한 부산항 관련 단체는 “BPA는 세계적 브랜드”라며 현 명칭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항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국가 경쟁력을 지키려면 현 명칭을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명칭을 변경하지 않더라도 지역 간 협력으로 충분히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항 연관사업체의 비율도 부산이 경남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신항만의 부두 선석 및 배후단지의 경남 비중이 2040년이면 각각 61%, 88%로 항만물류 중심축이 부산에서 경남으로 이전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남의 요구에 따라 국회에는 항만공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관할구역이 2개 이상의 시·도에 걸쳐 있을 때 행정구역을 병기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행정구역을 기반’으로 명칭을 정하거나 통합항만공사를 운영하는 사례는 많다. ‘부진경제구역청’, ‘포항경주공항’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뉴욕·뉴저지항 지자체간 협의로 통합항만공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며, 일본도 도쿄항과 요코하마항을 ‘게이힌항’으로 통합 운영 중이다. 2001년 덴마크 코펜하겐항과 스웨덴 말뫼항이 합병된 ‘코펜하겐 말뫼항만공사’는 세계 유일의 이중 국적 항만공사로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경남도는 해양수산부, 부산시, BPA와 지속 협의 중이지만 부산시의 입장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미 착공한 진해신항이 제대로 조성되려면 항만기본시설, 배후단지 조성 등 다양한 행정적·정책적 협업이 초기단계부터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진해신항과 항만공사의 미래성장을 위해 명칭 변경 등의 문제를 지체할 수 없다는 게 경남도의 절박함이다.
“신항, 100% 진해에 건설… 명칭 변경 필요”
박병주 경남硏 본부장
박병주 경남硏 본부장
부산항만공사(BPA) 명칭변경을 둘러싼 경남도와 부산시의 이견이 더 완고해지면서 경남에서는 독자적인 ‘경남항만공사’를 설립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박병주(사진) 경남연구원 혁신성장본부장에게 ‘항만 명칭’의 의미를 물었다.
-부산항만공사 명칭을 두고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다. 명칭이 왜 중요한가.
“항만공사의 명칭은 관리 운영하는 항만의 명칭에 따라 결정된다. 항만 명칭은 지역의 경제적 이익과 미래 발전 가능성과 직결되는 전략적 자산이다. 20년전 진해 앞바다 매립을 통해 만든 신항 개장 전부터 부산시와 경남도는 항만명칭에 대한 갈등을 보였다. 진해신항이 100% 진해지역에 건설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항만의 명칭과 항만공사의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
-부산경남항만공사로 명칭을 변경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부산경남항 그리고 부산경남항만공사로의 명칭 변경은 기존 부산시가 가졌던 부산항에 대한 주도권을 경남도가 나눠가지면서 항만 운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부산시 경남도 추천 항만위원 동수 등)할 수 있다. 경남지역 항운노조, 선사대리점, 도선사 등 항만관련업체의 참여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경남항만공사 별도 설립 추진론이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항만 명칭과 항만공사 명칭에 대한 갈등은 20년이 넘었고, 진해 앞바다를 내주고 새롭게 진해신항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도 경남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진해신항을 부산항에서 분리해 별도의 독립 항만과 이에 따른 항만공사를 설립하자는 경남도민의 절실함이 표출된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신항 진해신항 기반 글로벌 환적 허브 항만 조성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큰 틀에서 부산항과 부산항만공사 명칭 변경에 서둘러야 한다.”
창원=이임태 기자 si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