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와 고려대의 일부 강의에서 집단 부정행위 논란이 불거지면서 그동안 교육환경 개선에 소홀했던 대학들이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제나 시험에 허용되지 않은 인공지능(AI)을 사용하거나 시험 답안을 공유한 학생들의 책임이 크지만 표절과 부정행위 방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았던 대학과 교수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AI 활용이 일상화된 시대에 걸맞은 시험 방식 및 평가 기준 마련과 학생들의 윤리 의식 제고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학 수업에서의 부정행위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두 학교나 특정 과목만의 문제도 아니다. 과제나 시험에 너도나도 AI를 활용하니 양심적으로 시험을 치른 학생들만 손해를 본다는 분위기가 대학가에 팽배한 상황이다. 심지어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에 대해서도 ‘열심히 공부했나 보다’가 아니라 ‘좋은 AI를 썼나 보다’고 부러워한다. 대학 내 학업 윤리 및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는 부정행위 문제는 상당수가 비대면 강의에서 발생한다. 대규모 비대면 강의는 대학으로선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수강생들에 대한 학업 관리는 훨씬 어렵다. 대학이 비대면 강의를 개설해 온라인 시험을 치르게 하면서 부정행위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고 학생들의 윤리 의식에만 기대는 건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이 같은 강의 운용 현황을 대학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에 대한 처벌은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불가피하지만 그것으로 그쳐선 안 된다.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비대면 강의라도 시험은 학교에서 치르게 하거나 강화된 부정행위 방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각 대학은 물론 교육당국도 학생들을 위한 AI 활용 가이드라인이나 윤리 교육 프로그램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