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다카이치에 “무라야마 담화 계승해야”

입력 2025-11-01 00:04 수정 2025-11-01 10:21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의는 ‘냉랭한 30분’이었다. 시 주석은 일본의 침략 역사와 대만 문제를 거론했다. 중 일 양국의 관계 발전을 위해 소통을 유지하자는 원칙을 표명하되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겨냥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31일 경북 경주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다카이치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서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침략 역사를 깊이 반성하고 피해국들에 사과했다. 그 정신은 발양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지난 17일 별세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재임 중이던 1995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주변국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명시한 담화다.

30분가량 만남에서 시 주석과 다카이치 총리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전략적 호혜 관계’를 언급했다. 시 주석이 일본 총리와 회담한 것은 약 1년 만이다. 시 주석은 모두 발언에서 새롭게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축하 인사는 없이 원론적 메시지를 전했다. 대만 문제를 간접적으로 거론하며 다카이치 총리를 압박하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카메라 앞에서 잠깐 웃어 보였으나 시 주석은 대부분 무표정이었다. 시 주석은 표정으로도 외교 메시지를 전달하는 터라 이날 표정에도 관심이 쏠렸다.

다카이치 총리도 중국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홍콩과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양국 간 분쟁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비롯한 동중국해 상황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 또 일본산 수산물과 소고기 수입 재개를 위해 긍정적 대응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희토류 수출 관리 문제와 중국에 체류하는 일본인의 안정성 확보를 요구하는 등 민감한 현안을 시 주석에 직접 전달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