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해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지휘부의 수사방해 정황이 담긴 현직 공수처 검사 수첩을 채해병 특검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수첩을 김선규 전 공수처 수사1부장검사 등 당시 지휘부의 수사외압을 보여주는 주요 정황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앞서 주요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이 떨어진 특검이 ‘공수처 수사방해 의혹’ 수사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2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채해병 특검은 ‘총선 전에 (수사외압 의혹) 관계자를 소환하지 말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현직 공수처 A검사의 수첩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지난 8월 29일 A검사와 공수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이 수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난 20일 메모를 작성한 A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메모 작성 경위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A검사는 수사외압 의혹을 조사했으나 ‘구명 로비 의혹’을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변호를 맡은 이력으로 지난해 7월 사건회피를 신청해 수사에서 배제됐다. 특검은 지난해 초 A검사가 당시 공수처 내부 회의에서 전달된 지시 내용을 메모로 남긴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해당 메모가 작성된 시점을 지난해 초로 특정하고 이를 지시한 인물을 김 전 부장검사로 보고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1~5월 공수처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앞서 특검은 공수처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때도 김 전 부장검사로부터 같은 취지의 지시를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는 김 전 부장검사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채해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늑장 수사’ 의혹을 받아 왔다. 공수처는 2023년 9월 수사외압 의혹 관련 고발을 접수했으나 고발 4개월 뒤인 지난해 1월에서야 국방부 압수수색에 나섰다.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등 주요 피의자를 불러 조사한 건 지난해 4월 26일부터다. 당시 김 전 부장검사가 공수처장 직무대행을, 송창진 전 공수처 수사2부장검사가 차장 대행을 맡고 있었는데, 진보 진영에서는 이들을 ‘친윤 검사’로 분류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검은 공수처 지휘부 수사방해 의혹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검은 27일 박석일 전 공수처 수사3부장검사와 이재승 공수처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도피성 호주대사 임명’ 의혹과 관련해선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이서현 기자 hyeon@kmib.co.kr